지난 30여년 동안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시카고학파의 경제이론은 시장 구성원이 항상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가설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비이성적 행동에 따른 결과의 결정판인 금융위기를 통해 경제학은 실제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때문에 경제학자들에게 이번 다보스포럼은 기존 이론을 비판하고 설득력 있는 새 이론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2월1일자)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이론의 공통점은 인간은 비이성적인 존재이고 시장이 늘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전제로 하며, 다른 학문의 이론을 빌려 경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자 앤드루 루가 2004년 발표한 '적응하는 시장 가설(adaptive-market hypothesis)'은 경제학에 생물학의 이론을 접목해 금융위기를 설명한다. 이 가설은 금융시장을 헤지펀드, 투자은행 등 별개의 '종'들이 혼재하며 이윤이라는 '천연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거대한 '생태계'로 이해한다. 각기 다른 종은 서로 적응하지만 금융위기와 같은 갑작스런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은 구성원을 구분하고 상황에 따라 종별로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의 주류로 가장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이론은 행동경제학이다.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시킨 이 영역은 조금 더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교외까지 운전해 나가 더 많은 기름을 소비하는 식인 인간의 비이성적 선택의 원인을 파고 든다. 특히 금융위기로 탐욕이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이 이론은 더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코노믹스' '넛지' '상식 밖의 경제학' 등의 서적도 이 같은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것이다.
최근 미 정부 정책 입안 과정에서도 대안적 이론을 주장하는 경제학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오래 전부터 시장의 비효율성을 주장해 온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행동경제학의 대부로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했던 로버트 쉴러 등이 대표적이다.
뉴스위크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후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해온 시카고학파가 예전과 같은 우월한 지위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수학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시카고학파는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 마련 등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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