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요 5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발달 평가에서 영국은 미국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하면 '월스트리트'를 떠올리지만, 실제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은행 간 대출이나 외환 거래, 국가간 채권 유통 등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금융 거래는 대부분 런던의 씨티를 거친다.
자국 자동차 기업을 모두 외국 업체에 팔았을 정도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진 영국에서 금융업은 2000년 이후 7년 동안 경제성장에 12.7%를 기여해 왔다. 이처럼 런던이 금융 중심지로 부상한 데는 영국의 금융규제와 감독이 매우 느슨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 영국은 가장 강도높은 금융규제를 시행 중이다. 이를 선도하는 인물은 영국 금융감독청의 터너 의장. 그는 지난해 3월 내놓은 '터너 보고서'를 통해 그 동안의 최소 규제 원칙이 잘못됐다고 반성하고, 초강경 개선방안 등을 제시했다.
은행들의 자본과 유동성에 대한 규제 강화, 금융회사 임직원 보상체계 개혁 등을 다루고 있는 이 보고서는 국제적인 금융개혁 논의에 불을 붙였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6, 7일 영국에서 개최된 G20 중앙은행 총재ㆍ재무장관 회의 등에서 대형은행들의 자기자본 규제 강화를 위한 초안을 작성했고, 최근 바젤위원회도 구체적인 내용 및 도입 시기를 확정했다.
영국 정부는 금융기관의 보너스 관행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하고 있다. FSA는 지난해 가을부터 HSBC와 바클레이즈 등 영국 5대 은행은 물론 도이체방크와 JP모간체이스 등 11개 해외은행에 대해서도 금융권 보너스 개혁방안을 관철시켰다.
또 금융기관들이 임직원 1인당 2만5,000파운드(약 4,750만원) 이상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면, 50%를 '세금폭탄'으로 물리기로 했다.
영국의 금융규제는 영국 국내 은행뿐 아니라 영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과 영국 은행의 해외지점까지 폭넓게 적용하는 것이 특징. 런던이 금융중심지로서 과거 금융업의 만개를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금융규제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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