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벽두부터 대형마트간에 벌어지고 있는 가격인하 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지난 7일 이마트가 삼겹살, 즉석밥, 세제, 우유 등 12개 품목을 인하하면서 촉발된 이번 싸움은 "자체적으로 원가절감 등을 통해 가격인하로 연결시키겠다"던 이마트의 당초 발언과는 달리 일부 제품을 둘러싸고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가격 후려치기가 재연되면서 시작초기부터 취지가 퇴색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경쟁업체가 가격인하 전쟁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혼탁상황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100g에 1,500원대이던 삼겹살 값이 보름만에 600원대로 떨어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박리다매가 기본인 대형마트에서 이 정도의 가격인하는 분명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입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리 없겠지만, 대형마트는 무슨 이득이 있길래 이런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형마트들은 이번 가격인하 전쟁이 좋으면 좋았지, 결코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이런 싸움이 언론 등을 통해 크게 보도되면서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소비자들에게 심어줬습니다.
한동안 업계 최저가로 통하던 대형마트가 최근 인터넷쇼핑몰과 재래시장과의 가격싸움에서 밀리면서 매출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이 덕분에 대형마트를 찾는 쇼핑객이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격인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매출이 이전에 비해 1%이상 늘었다는 집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수만개의 제품을 취급하는 대형마트에서 가격인하전쟁을 벌이는 품목은 겨우 20여개 남짓이지만, 일단 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해당 제품만 구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격인하 대상품목은 미끼상품에 불과한 셈이죠. 결국 대형마트업계는 시간대별로 경쟁업소보다 낮은 가격을 적는 수법을 통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윈-윈게임을 즐기는 형국이 돼버렸습니다.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이런 일을 예상하고 벌인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하며, 경쟁업체에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처음부터 사건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을 예상했다면 정말 대단한 상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진출이 막히면서 성장둔화세가 두드러진 대형마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절묘한 수이니까요.
한창만 산업부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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