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시설 공사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대규모 쇄신인사에 이어,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하는 '부조리차단 TF'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두달 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교육청 공무원이 학교 공사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중형 승용차를 받았다가 구속됐다. 부조리차단 TF는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 시교육청은 교원과 공무원의 촌지 수수나 입찰 비리를 신고하면 3,000만원의 보상금을 준다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표했으나, 불과 일주일 뒤 "교원의 사기 저하와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최근 인사 청탁과 관련해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현직 장학사가 구속되자 시교육청 내부에서조차 "이대론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럴 듯한 개선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교원단체들도 "몇몇 사람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인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압박한다.
비판 받는 교육청이나 비판 하는 교원단체 모두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다. 그런데도 시교육청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때가 되면 대책을 내놓고, 기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복되는 비리 사건과 그에 따른 대책 발표, 그리고 흐지부지되는 정책들. 너무 뻔한 시교육청의 임기응변용 시나리오다. 그러는 사이 교육 현장은 비리에 더욱 무뎌져 가고 있다. .
이번에도 시교육청은 고위관계자의 말대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비리 척결에 대한 '진정성'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도가 세더라도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한준규 정책사회부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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