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을 추려낸 올 시즌 호주오픈이 이변을 허용치 않는 '심심한' 대회가 돼가고 있다. 자칫 대회 자체가 주최측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시드 배정(상위 랭커들이 대회 초반에 맞붙지 않도록 짜는 대진표)을 받은 전통의 강호들을 무너뜨릴 신예가 등장하지 않은 탓이다.
굳이 이변을 꼽자면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14위ㆍ러시아)와 로빈 소더링(8위ㆍ스웨덴)의 탈락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꺾고 올라온 선수도 무명이 아니란 점에서 이변의 세기가 덜한 편이다.
전통적으로 4대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는 이변을 먹고 자랐다. 예상치 못한 신성(新星)의 등장으로 테니스계는 새 피를 수혈 받았고, 기존 라이벌 구도를 깨뜨리며 '진화'를 거듭했다.
지난해 US오픈을 제패한 후안 마르틴 델포트로(4위ㆍ아르헨티나)와 2008년 호주오픈 왕좌에 오른 노박 조코비치(3위ㆍ세르비아), 2005년 프랑스 오픈 챔피언 라파엘 나달(2위ㆍ스페인), 그리고 마이클 창(미국)이 그들이다.
델포트로는 생애 처음 진출한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황제' 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델포트로는 페더러와의 상대전적에서 6전 전패를 기록해 그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조코비치도 약관 20세 때 호주오픈을 거머쥐며 페더러와 나달이 양분하던 남자테니스계의 '견제세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굳혔다.
나달과 마이클 창은 불과 10대의 나이로 그랜드슬램 대회를 평정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나달은 2005년 19세의 나이로 프랑스 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마이클 창은 17세이던 1989년 같은 대회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이반 렌들(체코)을 꺾고 정상에 오르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이름은 역대 최연소 그랜드슬램 챔피언으로 기록돼 있다.
한편 대회 5일째를 맞은 22일 호주오픈 남자단식 3회전에서 후안 마르틴 델포트로, 앤디 로딕(7위ㆍ미국)과 여자단식 쥐스틴 에넹(벨기에), 디나라 사피나(2위ㆍ러시아)가 '예상대로' 16강전에 올랐다. 그러나 킴 클리스터스(15위ㆍ벨기에)와 나디아 페트로바(19위ㆍ러시아)의 라이벌 대결에선 페트로바가 웃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인 라파엘 나달(세계랭킹 2위)은 독일의 필립 콜슈라이버(27위)를 3-1(6-4 6-2 2-6 7-5)로 꺾고 3회전을 무난히 통과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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