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지난주(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내면서 본격적인 기업 공개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당초 예상한 5~6월보다 한달 가량 상장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시가총액이 2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회사의 적정주가와 상장 이후 증시에 미칠 영향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 적정주가, '플러스 알파'가 변수
업계의 1차적 관심사는 상장 발표 이후 급등하고 있는 이 회사 주가의 적정 수준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이 액면분할(5,000원→500원) 결의를 하기 직전(19일) 장외시장 주가는 153만원까지 치솟는 등 과열 양상을 빚기도 했다. 이후 130만원대로 진정되기는 했으나, 지난해 11월16일(65만3,000원) 이후 상장 추진 발표 이후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공모가가 액면분할 전 기준 100만~120만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 오진원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내재가치만을 평가하면 시가총액 기준 16조원, 주가는 액면분할 전 주당 80만원이 적절하지만 삼성생명의 그룹 내 위상 등을 감안하면 '플러스 알파'는 최소 2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액면분할 뒤 적정 주가는 10만~12만원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적정 주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방향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대투증권 조용원 연구위원은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구축된 기존 삼성 경영권 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삼성생명 상장을 계기로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이 가속화할 경우,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생보사 움직임도 변수
국내외에서 상장 대기 중인 아시아지역 대형 생보사들의 움직임도 삼성생명 주가에 영향을 줄 변수이다. 국내에서는 대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아시아권에서는 지난해 12월 중국 3위 보험사 CPIC가 홍콩에 상장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중에 아태지역 최대 규모의 AIA생명(공모금액 최대 200억달러)과 일본 2위 생보사 다이이치생명(공모금액 110억달러)이 각각 홍콩과 일본에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들 대형 생보사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돼 주가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233만주를 공모 후 한꺼번에 쏟아내면 단기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채권단은 외환위기 이후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2조4,500억원을 긴급 수혈하는 대신 이건희 전 삼성 회장으로부터 주당 70만원 계산한 삼성생명의 주식을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주가가 125만원 정도면 원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 이후의 업앤다운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범 삼성가 계열의 신세계(지분율 13.57%), CJ그룹의 CJ제일제당(4.795%)과 CJ(3.195%)가 수혜주로 꼽힌다. 하나대투증권은 이와 함께 삼성생명의 대주주인 에버랜드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사들의 가치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카드(25.64%), 제일모직ㆍ삼성전기ㆍ삼성SDI(4%)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CJ는 상장사 중 유일하게 삼성생명과 에버랜드 지분을 동시에 갖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소외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대한생명은 공모 수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삼성생명을 피해 3월로 상장을 서둘러야 할 형편. 또 손해보험사 등 기존의 상장 보험사들과 시가총액 상위의 일부 대형사들도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