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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각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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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각살우

입력
2010.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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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소 우)자는 소의 머리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다. 원래 갑골문자에는 뿔이 둘인 소머리 모습인 '半'에 가까운 형태였으나 나중에 뿔 하나가 떨어져 나가 '牛'가 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언제부터 소를 가축화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소가 인류 발전에 기여한 공은 지대하다. 논밭을 갈고 수레를 끌어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인 고기와 질긴 옷을 만드는 가죽을 제공해 의와 식생활을 크게 향상시켰다. 기를 목(牧)에 牛가 들어 있는 것은 단순 사냥에서 목축 단계로의 발전이 소 치기와 함께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 소의 뿔도 전통사회에서 실생활에 요긴하게 쓰였다. 각종 생활도구나 공예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 재료였다. 매 사냥 때 매의 주인을 표시하는 시치미도 소뿔로 만들었는데, 시치미를 뗀다는 말은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품질 이 좋은 소뿔은 전략물자이기도 했다. 총이 본격 등장하기 전 중요한 무기였던 활(각궁)의 필수 소재였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조상들이 쇠뿔을 이용해 만든 각궁은 사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높아 고구려 시대부터 중국이 두려워하면서 제조기술을 배우려고 애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고대 중국에서 소는 제사 지낼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제물이기도 했다. 이는 제사와 관련된 한자에 牛자가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로도 뒷받침된다. 제물이 된다는 뜻인 희생(犧牲), 소를 바치고 하늘에 알린다는 뜻인 고(告)가 그렇다. 특별할 특(特) 자는 제물로 바치는 수소가 특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특별한 제물은 상처가 없고 뿔이 균형 있게 잘 자란 소를 최고로 쳤다. 아주 옛날 중국의 한 농부가 제사에 쓸 소의 뿔을 억지로 바로잡으려고 단단히 묶어 매다가 그만 소를 죽이고 말았다. 바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고사다.

▦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정치권의 사법개혁 공방을 겨냥해 "정치권이 나서서 제도의 탓으로 돌리고, 제도를 고치겠다고 덤벼들면 교각살우의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법관 시절 소신 판결로 '대쪽' 별명을 얻었던 그다. 최근 일련의 시국사건 1심 판결을 둘러싸고 저마다 내지르는 중구난방의 하나로 치부할 수 없는 무게가 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사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걸 보면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아니라 균형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소를 죽이지 않는 교각이 될 수 있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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