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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하향식 경제학ㆍ상향식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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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하향식 경제학ㆍ상향식 경제학

입력
2010.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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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한국사회의 빈부격차는 크게 확대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하면,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는 1995~2008년에 0.268에서 0.325로 커졌고, 소득계층의 하위 20% 저소득층 소득점유율과 상위 20% 고소득층 점유율의 비율인 5분위 소득배율은 같은 기간에 4.1배에서 6.2배로 증가하였다.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빈곤가구의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은 9.3%에서 15.4%로 늘어났다.

2년 새 더 심해진 양극화현상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1997~2007년 10년 사이의 소득불평등도(하위 10% 저소득층 소득점유율에 대한 상위 10% 고소득층 소득점유율의 비율) 상승폭이 OECD 22개국 중 한국이 가장 컸다. 소득불평등 정도는 미국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의 증대는 1997년 이후 한국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진전된 양극화에서 비롯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출부문과 내수부문간,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고학력자와 저학력자간 격차 확대 등 복합적 격차가 이러한 소득불평등의 확대를 초래한 것이다. 요컨대 경제부문간 양극화와 노동자 내부의 양극화가 소득불평등을 높인 것이다.

따라서 소득불평등을 줄이는 근본적 처방은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내수부문, 비수도권, 비정규직, 저학력자 등 취약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병의 뿌리를 다스리는 길이다. 중소기업의 혁신능력을 높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단가 인하를 막으며, 수출부문과 내수부문간의 산업연관을 증대시키고, 비수도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비정규직과 저학력자에 대한 지식투자를 강화함과 동시에 그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이처럼 경제 취약부문에 정부가 집중 투자하고 지원함으로써 그 생산성과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실현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것이 바로 상향식 경제학(bottom-up economics)이다. 상향식 경제학은 양극화 없는 성장인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상향식 경제학이다. 대규모 금융회사와 화이트 칼라가 밀집하고 있는 월가(Wall Street)가 아니라 중소 제조회사와 블루 칼라가 모여 있는 메인가(Main Street)를 강화하려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정책 기조이다.

반면, 이전의 부시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금융시장 자유화, 부자 감세 등을 통해 대기업의 투자와 부자의 지출을 증대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그 과실로 중소기업과 빈자에게 지원하려는 하향식 경제학(top-down economics)을 지향하였다. 그 결과 중산층이 붕괴하고 사회 양극화가 진전되었으며 마침내 2008년의 파국적 경제위기가 초래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에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지향하였는데, 이는 재벌 대기업, 수도권, 부자에 대한 규제 완화와 감세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점에서 부시 정부의 하향식 경제학을 추종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양극화는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었다.

'친서민'이라면 상향식 정책을

지난해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ㆍ중도'를 내걸고 사회통합을 지향하겠다고 방향전환했다. 만약 사회통합 담론이 정치적 책략이 아니라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면, 올해부터는 상향식 경제학을 지향할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하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중단해야 한다. 세종시 문제도 원안대로 가는 것이 옳다. 중소기업과 지방을 살리고, 비정규직 및 저학력 노동자의 지식수준을 높이는 획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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