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인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시 합평회를 하는 날, 손가락에 침을 발라 국어사전 넘기는 즐거운 일이 내 일이 된 지 오래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내가 나서 국어사전을 넘겨 답을 찾아준다. 그런 권한을 가진 것은 일행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전직 국어교사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한글프로그램도 오류가 있다보니 띄어쓰기에 더러 문제가 생긴다.
익숙하게 사용해 온 말인데도 표준말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때 국어사전처럼 좋은 길라잡이가 없다. 나는 국어사전을 인생의 죽마고우며 필독서라고 권해왔다. 언젠가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을 묻는 글을 청탁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국어사전을 첫자리에 권했다. 모르는 말이 있으면 인터넷에서 그 단어를 클릭해서 빨리빨리 뜻을 찾는 것보다 국어사전을 통해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찾는 즐거움을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 또한 국어사전은 보물창고다.
아직 단 한 번도 시인의 시나, 소설의 말이 되어보지 못한 우리말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문학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국어사전부터 읽고 시작해야 창작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합평회를 마치면 국어사전 곳곳에 1,000원짜리가 들어 있다. 틀린 사람이 내는 일종의 벌금이다. 매번 벌금액이 줄어들고 있어 얼마나 모일까마는 꼭 필요로 하는 곳에 국어사전을 선물하기로 했다. 참, 당신의 집에는 국어사전이 있나요?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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