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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두려움 없는 미래' "위기와 기회… 인류는 변곡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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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두려움 없는 미래' "위기와 기회… 인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입력
2010.01.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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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세코 폰 뤼프케 지음ㆍ 박승억, 박병화 옮김/ 프로네시스 발행ㆍ644쪽ㆍ2만8,000원

현대는 금융위기, 사회ㆍ경제적 양극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같은 수많은 위기의 연속이다.

지루할 만큼 쏟아지는 위기라는 단어들 앞에서 그저 막연히 불안해하거나 무기력증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시민운동가이자 작가인 저자가 오늘의 위기와 불안한 미래에 대해 세계적 석학들과 나눈 대담을 묶은 이 책은 "위기는 결코 파국이 아니다"라는, 어찌보면 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답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진지하면서도 명쾌한 분석의 과정은 흔한 명제에 묵직한 무게를 싣는다.

양자물리학자 한스 페터 뒤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MIT 리더십연구소장 클라우스 오토 샤머, 시민사회운동가 에이미 굿맨 등 21명의 학자와 운동가들은 현재의 지구적 상황을 위기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규정하면서 인간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과거의 편협한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시스템 이론가 어빈 라즐로는 "급격한 금융위기는 거대한 쓰나미의 첫 번째 예비신호일 뿐이며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종의 변곡점에 서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유기체는 하나의 시스템이며, 스스로 변화할 때만 시스템도 변화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한 마리의 나비가 폭풍우를 일으킨다면 우리 인간은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냐"는 것이다.

환경운동가 프란시스 무어 라페는 식량도, 에너지도, 주차공간도 부족하다고만 생각하는 '부족 패러다임'을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자기중심적 물질주의가 결국 파괴와 무기력으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그런 힘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식의 전환을 통한 실천"이라고 결론짓는다.

실제로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화석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전환마을' 운동은 2006년 아일랜드 킨세일에서 시작된 이래 벌써 1,000여개 마을로 퍼져나갔다.

이집트 서부 사막지대의 작은 농장에서 출발한 생태 중심의 농업인 '세켐' 운동은 사막을 초원으로 바꾸는 기적을 일궜다. 세켐 운동의 창시자 이브라힘 아볼레시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시스템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하려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야 했다. 백지에 꿈과 희망을 채워넣는 일로부터 창조가 시작된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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