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病)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 젊었을 때, 우리는 많은 시인들을 소유했었죠. 돌이켜보면 복되고도 풍족한 젊음이었습니다. 덕분에 나의 조국에서만 별이라고 불리는 별 아래에서 햄버거에 대해서 명상할 수도 있었고,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오니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겠노라며 정거장에서 중얼거리기도 했었죠.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한 해 두 해 나이가 드는 게 꼭 모아놓은 재산을 야금야금 빼먹고 사는 은퇴자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그렇다면 요즘 우린 시인들을 너무 적게 가진 거예요. 종신보험료를 입금하듯이 차곡차곡 시집들을 구입해야만 하겠네요. 반갑습니다. 최승자 선생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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