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채, 이혜수 글ㆍ이혜수 그림씨앗을뿌리는사람 발행ㆍ336쪽ㆍ1만5,000원
딸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쓴 일기 하나하나에 엄마의 글을 보태 묶은 책이다. 조문채(54), 이혜수(31) 모녀는 <100% 엔젤>을 쓰면서, 자신들의 모습과 행동을 빗댄 장난기 가득한 별명도 밝힌다. 각각 '마빡소녀'와 '배추벌레'라고.
서양화를 전공한 '마빡소녀' 조씨는 이 책에 실린 300여 점의 일러스트를 책임진 딸을 "그림을 참 못 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삽화 4점은 오는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림책 박람회인 '볼로냐 국제 도서전'에서 일러스트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엄마 말마따나 모든 삽화는 도발적이고 기괴하며 도무지 예쁘게 보이지 않지만, 온기가 서려있다.
오줌 누는 남자도, 사람 얼굴에 박쥐 날개가 달린 괴물도 이씨의 손을 거쳐서는 이야기를 가진 재미난 그림으로 태어난다. '배추벌레' 이씨는 "사람들은 (예쁘게 잘 그린 그림보다) 내 못 그린 그림과 더 교감한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그게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라고 했다.
8년 간 주고받은 글에선 모녀가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엄마는 딸의 천진난만한 일기에서 존중, 성, 자유, 사랑 등 다양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등단한 작가답게 정제된 언어를 쓰지만 때론 욕도 서슴지 않는다. 그림만큼이나 개운하고 신랄해 모녀는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원래 <너의 자궁을 노래하라> 라는 제목으로 1992년에 나왔던 책을, 몇몇 글과 삽화를 더해 다시 펴낸 책이다. 볼로냐 도서전에 출품되는 일러스트 등을 볼 수 있는 이 책 삽화 전시회가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성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너의>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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