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베이징올림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펜싱대표 셀로 마두마는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자국 올림픽남자대표팀에 뽑혔다. 인종차별과 가난의 벽을 뚫고 일군 드라마였다. 대표적 분쟁지역 수단 다르푸르 출신의 로페스 르몽은 미국대표로 남자육상 1,500m에 출전했고,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남아공 여자수영대표팀의 나탈리 뒤 투아 역시 수영마라톤(10km)에 나선 뒤 완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올림픽이 주는 감동은 자국 대표팀의 메달 획득에 그치지 않는다. 시련과 장애를 뛰어넘은 철인들의 인간 승리는 올림픽이 선사하는 또 다른 감동이다. 다음달 13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벤쿠버동계올림픽에서도 휴먼스토리가 예고돼있다. 주인공은 남자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하는 브라이언 매키버(31. 캐나다). 로이터통신은 매키버가 캐나다 남자대표팀 11명 엔트리에 포함돼 같은 해에 동계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에 전부 나서는 첫 번째 선수가 됐다고 23일 보도했다. 하계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겸한 선수는 지금까지 5명 있었지만, 동계올림픽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희귀 난치성 질환인 스타르가르트병을 앓고 있는 매키버는 시력이 일반인의 10%에 불과해 사실상 맹인이다. 청소년대표 시절이던 19세 때 망막 질환이 발견되면서 날벼락을 맞았지만, 매키버는 좌절을 거부했다. 평생 목표인 올림픽 출전을 위해 폴을 잡았고, 2007년 삿포르세계선수권대회 때 대표팀에 승선, 전체 21위에 오르면서 꿈을 부풀렸다. 지난달 말에는 자국에서 열린 50km 레이스에서 2시간 21분 8초 50으로 우승,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다.
'설원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컨트리는 코스의 변화가 심해 시각 장애인으로서는 도전 자체가 어려운 종목이다. 그러나 매키버는 매 경기 사전답사로 코스의 특징을 머리 속에 빠짐없이 넣었고, 마침내 오랜 꿈을 이뤘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올림픽에서는 이미 7차례 메달로 실력을 입증했다. 매키버는 "사람들이 나를 통해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을 알아주면 좋겠다"면서 "장애가 있다고 해서 고된 훈련을 하지 않거나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한 거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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