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정치자금 의혹을 이유로 집권 민주당 간사장을 피의자로 조사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당과 검찰ㆍ야당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검찰이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도쿄지검 특수부가 일본 정국을 좌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민주당 실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은 23일 자신의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정치자금수지보고서 허위 기재 간여와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자금 관리에 오자와씨가 간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날 도쿄(東京) 시내 호텔에서 도쿄지검 특수부 조사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어 2004년 10월 자신의 정치단체 리쿠잔카이(陸山會)에 토지 매입 자금 4억엔을 빌려준 데 대해 "정치단체 자금을 모으면 토지를 구입할 수 있지만 활동비가 없어져 개인 자산을 빌려줬다"며 자금 출처는 "자택 매각 대금과 상속 재산"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 돈에 댐 공사 수주 대가로 건설업체가 건넨 돈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는 데 대해 "부정한 돈을 전혀 받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자금 입출을 수지보고서에 정확히 기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담당 비서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겨 장부나 수지보고서를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싸우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오자와 간사장은 "부정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함 없다"면서도 "공평공정한 수사라면 앞으로도 협력하겠다"고 대결 자세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모르쇠'로 일관하긴 했지만 오자와 간사장이 일단 조사에 응함으로써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 왔다. 검찰이 엄청난 부담을 감수하며 집권당 의원 구속에 오자와 직접 조사까지 강행한 것을 볼 때 불법 자금과 관련한 상당한 물증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칼을 빼든 이상 '오자와 기소'까지 치고 나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당도 "(오자와씨를)국회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소환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압박했다. 검찰의 수사 의지와 결과에 따라 민주당 정권이 초반부터 휘청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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