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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논란 확산/ 현실성 결여·재탕 논의보다 심도있는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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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논란 확산/ 현실성 결여·재탕 논의보다 심도있는 접근 필요

입력
2010.01.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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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PD수첩에 대한 잇따른 무죄판결로 촉발된 정치권 등의 사법개혁 논의에 법조계에선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개혁논의가 대체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공론'식이거나 이미 법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논의들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등에서 제시하는 개혁방안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논의는 현재 5년 이상 경력 판사가 맡도록 돼 있는 형사단독 판사를 경력 10년 이상 법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이미 지난해부터 대법원이 유력하게 검토해오고 있는 방안이다. 법원은 법원조직법 개정 없이 대법원의 사무분담 내규를 고쳐 조만간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994년 단독판사를 경력 7년 이상인 판사가 맡도록 법원조직법이 개정된 바 있다. 그러나 폭증하는 사건에 비해 법관이 적어 재판이 더디게 진행되자 2007년 다시 법을 개정해 경력 5년 이상인 판사가 단독재판부를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인력수급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10~15년 경력의 중견판사는 500~600명 정도로 상당수가 고등법원 배석판사 또는 법원행정처나 사법연수원 행정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형사단독판사 300여명을 모두 10년 경력 이상 판사로 채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 지방법원에는 대부분 경력 10년 이상 판사들이 배치돼 있으나 나머지 지역이 문제"라며 "법관의 절대 숫자가 늘지 않는 한 (개선 논의는) '점진적 확대'라는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 여당이 형사단독판사 문제와 함께 강력하게 주장한 법조일원화(경력법관제) 문제도 이미 참여정부 시절부터 논의돼온 사안이다.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참여한 한 인사는 "당시에도 로스쿨 도입과 관련해 법조일원화 논의를 진행했으나 승진구조나 급여수준 등의 이유로 우수한 변호사가 판사에 지원할 가능성이 적은 게 문제로 지적됐다"면서 "법조일원화는 변호사 수가 굉장히 많아야 하는데 2020년부터나 본격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당장 법조일원화가 되면 판사 수준이 고르지 않아 오히려 '튀는 판결'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현재도 매년 변호사나 검사 출신 중에 20여명 정도를 법관으로 임명하고 있다.

그밖에 여당에서 제기한 원심파기율 인사고과 반영이나 법원 내 사조직 금지 등 방안도 법관의 기본적 권리나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것들이라 법원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사법부의 인사정책에 속하는 구체적인 사안들을 법률로 규정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대법원은 갈등 확대를 우려해 이 같은 사법개혁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일절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의 모 교회에서 만난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개혁 현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언론에 기사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리를 피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대법원장이 이번 갈등에 대해 당초 이번 주 입장표명을 하려 했으나 자신의 발언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을 우려해 취소했다"고 전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사법개혁 사안은 사법부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장기적 과제가 대부분"이라며 "최근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대증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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