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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귀향'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행적을 쫓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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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귀향'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행적을 쫓다보니…

입력
2010.01.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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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ㆍ박종대 옮김 / 이레 발행ㆍ396쪽ㆍ1만2,000원

영화화된 소설 <더 리더_책 읽어주는 남자> 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66)가 2006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독일의 출판 편집자인 40대 독신 남성 페터 데바우어는 이삿짐에서 낯익은 종이꾸러미를 발견한다. 그것은 어릴 적 스위스의 조부모 댁에서 읽었던,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독일 병사 카를의 귀향에 관한 소설 중 일부였다. 천신만고 끝에 카를은 아내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로 살고 있었다. 유실된 소설의 결말 부분을 궁금해하던 페터는 카를 부부가 해후한 곳의 정경이 자기 동네와 흡사함을 발견하고 소설의 바탕이 된 실화를 찾아나선다.

소설 내용을 단서로 주인공 카를의 정체를 좇던 중 페터는 이 소설이 통속소설의 외양에도 불구,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그린 고전 '오디세이아'를 패러디한 고급 작품임을 깨닫고 작가의 정체에도 호기심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페터는 전쟁통에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가족사에 관한 진실에 조금씩 접근하게 된다.

카를에 대한 페터의 추적 작업이 아버지의 정체 찾기와 포개지면서 <귀향> 은 그 자체로 전후 독일을 배경으로 한 현대판 '오디세이아'로 거듭나고 소설적 재미는 배가된다. 나치 독일에 가담했다가 패전 후 신분 세탁을 거듭하며 출세가도를 달리던 생부와 페터의 만남은 말끔히 청산되지 못한 우리의 과거사 문제를 상기시킨다.

국내에서도 15만부가 팔린 출세작 <더 리더> 에서 로맨스, 법정소설, 심리소설을 오가는 유려한 이야기 솜씨를 뽐냈던 슐링크는 이 작품에서도 소설 속에 또다른 소설을 배치하고, 주인공 페터의 아버지 추적 작업부터 연애담까지 중층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엮어내 진지하고도 흡인력 강한 미스터리 소설로 탄생시켰다. 독일에서 법대 교수, 판사를 역임한 그는 현재 베를린과 뉴욕을 오가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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