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간 해밀톤' 예술 장르의 융합을 외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간 해밀톤' 예술 장르의 융합을 외치다

입력
2010.01.25 00:12
0 0

이태원에 묘한 전시 공간 하나가 생겼다. 서울 한남동 제일기획 앞의 좁다란 골목길을 내려가면 '공간 해밀톤'이라는 글씨가 한 자씩 적힌 빨간색과 파란색 간판이 나타난다. 눈에는 나란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각기 다른 크기의 글씨들이 각기 다른 높이에 걸려 있다. 건물 입구도 따로 없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셔터 아래를 통과하면 바로 전시장이다. 낡은 시멘트 벽에 그저 흰색 페인트를 칠한 게 전부다.

중고 가구점을 개조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은 '민주주의 그리고 현대미술' 등 장르 불문의 다양한 전시와 토론회 등을 열어 주목받고 있다. 외관만큼이나 내용도 참신하고 독특하다는 평가다. 요즘은 사운드 아트 작업을 소개하는 '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0 : 장소특정적 소리' 행사가 열리고 있고, 2월 5일부터는 건축가, 시각예술가,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구성된 '미완성의 건축'전이 이어진다.

'공간 해밀톤'은 계원디자인예술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 학교 교수로 미술과 연극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유명한 작가 홍성민(46)씨가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는 이곳을 "허접하기에 자유로운, 돈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화이트큐브의 갤러리도, 대학교육기관도, 대안공간도 아니에요. 시각예술, 건축, 디자인, 퍼포먼스 등 장르 간 융합, 교육과 워크숍이 뒤섞이는 곳이죠. 개념이 딱 잡히지 않고 계속 변형되는 공간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대안공간이라는 이름이 대안성을 담보하지는 않기에 그저 공간이라고 부르죠."

이곳은 학교 교육에서 부족한 현장 감각을 더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학교 학생이나 교수의 작품을 전시하지는 않는다. 현장 큐레이터들과 공동으로 기획해 전시를 열고, 전시기획 공모를 실시하기도 한다. 미술, 디자인, 퍼포먼스는 물론 콘서트나 파티도 대상에 포함된다. 선정 조건은 딱 한 가지, 진보적이고 융합적인 태도를 가졌는지 여부다. "그러면 학생들에게 무엇이 돌아가느냐고들 하는데, 학생들을 전시 관련 세미나와 워크숍에 참여시켜 작가들과 소통하는 경험을 하도록 합니다. 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되는 거죠."

그는 예술교육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좋은 예술은 예술이 아닌 곳에서 나오는 법인데, 예술대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진정한 예술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도 배울 수 있는 게 예술이죠. 예술교육에도 대안적 방식이 필요한 시점인데 또 하나의 갤러리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죠. 새로운 스파크가 일어나는 만남을 도모하고 싶어요."

홍씨는 최근 '공간 해밀톤' 외에 '포도'라는 이름으로 웹사이트(podopodo.net)를 함께 열었다. 전시를 소개할 뿐 아니라 비평이나 인터뷰, 토론 등을 모은 예술 포털 사이트다. '포털'이라는 말 자체가 상업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그냥 '포도'라고 이름붙였다고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두 공간에 대해 그는"순수 예술가를 위한 디자인, 디자인을 위한 퍼포먼스, 공연예술가를 위한 미디어 아트, 미디어 예술가를 위한 건축으로 기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예술 장르들이 지금껏 개별적으로 진행돼왔는데 이제는 융합과 확장을 이야기할 시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요즘 다원이니, 통섭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아요.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것들을 어떻게 잘 융합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간 해밀톤'의 임대 기간은 올해 12월까지. 그 이후에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해밀톤이라는 이름이 너무 뜬금없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런 뜬금없음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해밀톤'이라는 이름에서 이태원을 떠올리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누구 이름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냐"며 웃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