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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개방과 폐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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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개방과 폐쇄 사이

입력
2010.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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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마트 폰이 대유행이라고 한다.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매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가 이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는 큰 틀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하드웨어만 보면 국내 대기업들의 제품이 세계적인 추세선도 품목이 되고도 남는다.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명성은 공연히 생긴 게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의 큰 변화는 애플이라는 미국 회사의 아이폰이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인 모양이다. 국내 출시 두 달 동안의 판매량도 엄청나지만, 이 기계 하나가 자신의 일상을 바꾼 것을 증언하는 사용자의 글이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약속을 정할 때 만날 지역 근처의 맛집 정보를 검색해 정한다. 초행길에도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를 보여주며 길을 인도한다. 서울에서는 버스가 자신의 위치에 도착하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App)이 있어서 추운 날씨에 무작정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쯤 되면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거나 처리속도를 빠르게 하는 개량 수준이 아니다. '창의에 기반한 혁신'을 실제로 구현한 예인데, 여기에서 '집단적 창의의 틀'을 만들어 낸 것에 주목하자. 애플 기술진의 능력으로 이런 문화적 변화를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앱 스토어(App Store)라는 시장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나 회사가 직접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올리게 했다. 공급가격 협상도 없고, 초기 판매나 제품 업데이트, 결제 등은 앱 스토어가 대신 해준다.

개발자는 개발에만 집중하고, 이들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모여서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돈을 아주 많이 벌었다는 개인 개발자의 출현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탄성이 절로 나는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개방과 폐쇄의 화두도 끼어 있다. 애플사는 그다지 개방적인 회사로 알려져 있지 않다. 자신의 제품을 개별 국가에 따라 변경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는데, 그래서 중국 아이폰에서 WIFI 배제를 허용한 게 국제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불량제품의 A/S도 수리가 아닌 자체 보유 기수리제품으로의 교환만 허용하고, 아이폰 배터리는 교환이 불가능하다. 아이폰에 사용자가 임의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없고 앱 스토어에서 구매해야만 설치가 가능하다. 개발자가 아무리 기발한 앱을 만들어내도, 애플사의 방침이나 철학에 맞지 않는다면 앱 스토어에 올리는 것을 거부 당한다.

전지전능의 판단자가 주재하는 애플 생태계라는 비아냥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OS 독점에 반기를 들고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리눅스의 개방성과는 분명 다르다. 조금 내용은 다르지만, 구글이 만들어낸 안드로이드의 개방성과도 비교된다.

물론 득도 있다. 전화 기능 등을 제외하고는 여러 프로그램이 동시에 구동되는 것을 막으니, 바이러스가 작동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성인물이 넘쳐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단순하게 재단하기에는, 개방과 폐쇄의 역학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보통신 환경의 폐쇄성은 유난히 눈에 띈다. 정부 공식 사이트부터 금융기관이나 기업 사이트까지 온통 엑티브엑스라는 이전 MS가 많이 사용했던 웹 프로그램 설치 방식을 사용한다. 사파리, 크롬, 파이어폭스 등의 타사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정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안취약성 등이 문제가 되고, 모바일환경에서 정보접근이 불가능한 점 등 문제가 불거지자 이제야 다시 검토해 본다고 한다. 이런 폐쇄성은 득보다 실이 너무 많은 부류가 아닐까?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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