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탈리 앤지어 지음ㆍ김소정 옮김/ 지호 발행ㆍ456쪽ㆍ2만2,000원
연예인 이름을 몰라서 대화에 못 끼는 경우는 있어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모른다고 왕따 당할 일은 거의 없다.
그건 매우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어서 보통 사람들이 사귀고 싶어하는 친구는 아니라고들 믿으니까. 물론 과학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무엇은 아니다.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은 과학을 알아야 미신과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고, 과학의 힘이 곧 국력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건 다 공자님 말씀.
<원더풀 사이언스> 의 저자 나탈리 앤지어가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로 강조하는 것은 "재미있으니까, 재미있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다. 원더풀>
455쪽의 이 두툼한 책은 과학 기피증 환자라도 지루한 줄 모르고 읽어치울 만큼 쉽고 재미있다. 퓰리처상을 여러번 받은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저자는 매끄럽고 재치있는 글솜씨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필요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열망의 문제일 수는 없을까?"라는 서문의 한 구절은, 과학의 놀라운 세계에 반한 사람이 그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싶어 안달하며 내쉬는 한숨 같다.
다행히 저자는 이 간절한 목적을 근사하게 성취한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조이스의 언어처럼 복잡한 원자의 침실'이라는 비유라든지, 원소의 결합에서 '결합'이란 007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바로 그 '본드'(접착)와 같다는 설명, '천사와 바이러스가 춤을 추는 유서깊은 무도장인 핀 머리의 지름은 2밀리미터, 머리카락 스무 올을 올릴 수 있는 무대' 같은 표현을 과학책에서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책의 부제는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이다. 자연현상과 생명에 관한 과학으로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천문학의 세계를 차례로 다룬다. 이들 분야보다 앞에 배치한 제2장 '확률', 제3장 '척도'는 일종의 워밍업 코스로, 과학적 사고의 수학적 기초와 물리적 토대를 소개한다.
지은이는 필요하면 어떤 비유라도 끌어다 쓴다. 예컨대 우주의 네 가지 기본 힘인 중력, 강한 핵력, 약력, 전자기력을 설명하는 데 영화 '스타워즈'의 제다이들이 구사하는 '포스'를 가져오기도 하고, 확률 장의 부제를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살짝 바꿔 '누구를 위한 종형 곡선인가'라고 붙여 흥미를 일으킨다.
원소들의 결합을 결혼에 비유하며, 원소들이 결합해 '임자 있는 몸이 되면' 다른 원소와 화학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식의 유머를 발휘해 독자들이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비유와 설명이 뭐 그리 대단하냐 싶은가?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반대로 대중적 글쓰기를 내세워 내용의 허술함을 변명하는 과학 책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전문성과 대중성의 효과적 결합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은이와 이 책은 바로 이 점에서 성공적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