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국에 입국한 몽골 청소년 가타(가명ㆍ15ㆍ남)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부모가 거주하고 있는 충남지역 중학교 2곳에 입학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가타의 부모가 미등록 외국인신분(불법체류자)이라는 이유에서다.
가타처럼 이주노동자의 자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은 수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아동 총 6만9,987명 중 미등록 이주아동ㆍ청소년(20세 이하)은 8,259명에 이른다. 2005년 당시 미등록 상태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동ㆍ청소년이 불과 148명밖에 되지 않은 감안하면 상당수가 정규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한국염 대표는 "부모들이 불법체류를 하게 된 후 출산한 아이들의 숫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의 숫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이주아동이 대규모로 양산되고 있는 주요인은 '외국인 등록 사실 증명'때문이다. 초등학교는 관련법 개정으로 '외국인 등록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으나 중학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부모가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경우 외국인 등록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이주아동은 중학교 입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가 1991년 가입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유엔협약'에 따르면 모든 외국인 어린이에게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돼 있지만 정작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중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이다.
미국 같은 선진국도 취학아동의 경우 거주지 증명만 요구할 뿐 이주아동의 출신이나 체류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100만 외국인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여전히 구시대적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거주지 증명만으로 이주아동의 초등학교 입학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2008년2월로 불과 2년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따라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중학교 진학을 돕기 위해 초등학교에 적용되는 규정을 중학교 과정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고치도록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이날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한국사회에는 중학교까지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 있는 만큼, 그 과정까지는 어떤 사유로든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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