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요 인터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요 인터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입력
2010.01.25 00:12
0 0

작년 하반기 들불처럼 번지면서 전 국민을 공포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신종인플루엔자.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는 "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 1차적으로 전염병을 예방 관리해야 하는 보건소가 제 기능을 못한 게 신종플루 확산의 주원인"이라고 정부에 대한 불만부터 털어놓았다.

본래 기능이 해가 갈수록 변질되면서 예방 관리 업무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의약분업이 당초 목적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과연 단일 건강보험 구조(국민건강보험공단)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인지도 짚고 넘어가자는 게 그의 확고한 지론이다. 19일 서울 이촌동 의협 사무실에서 경 회장을 만나 의료계 현안과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신종플루가 남긴 교훈은 뭘까요.

"국민 정부 의료계 모두가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사후적인 얘기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대유행을 선언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불안했고, 정부는 다급했고, 의료계는 미숙했던 게 사실입니다. 모두 다 잘잘못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에서 보면 정부의 예방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 핵심은 바로 보건소 기능입니다. 보건소는 지역보건법상의 기본 업무인 전염병 예방 관리를 그간 충실히 하지 못했습니다.

237개 전국 보건소가 방역보다는 진료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특히 보건소장에 대한 인사권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 보니 지자체장의 주민 진료 서비스 수행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습니다. 보건소로 대변되는 국가 방역 시스템을 바로잡지 못하면 언제 다시 제2의 신종플루 사태가 발생할지 모를 입니다. 21일 보건복지가족부와 의협이 공동 후원해 보건소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연 것도 그런 이유죠."

-신종플루 확산을 계기로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협회 차원에서 얘기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신종플루보다는 A형간염이 더 문제입니다. 아직 정확한 통계를 접하지 못했지만 작년에도 가을까지는 A형 간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신종플루 사망자 수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치사율은 신종플루보다 휠씬 높습니다.

아울러 A형 간염의 경우 B, C형 간염과 달리 혈액뿐 아니라 음식물 등을 통해 전염돼 위험해요. 노ㆍ장년층의 경우 비위생적 환경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돼 내성을 지니고 있지만 20, 30세대는 그렇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치사율은 높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때문에 보건 당국과 백신 회사 등과 협의해 원활한 백신 수급과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의협 내 대책위원회도 가동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는 A형간염 예방의 중요성을 좀더 홍보하려고 합니다. 언론의 관심도 필요하고요."

-기업과 지역 건보가 통합된 독점적 건보에 대해 작년 위헌청구소송을 내셨는데요.

"현 의료 제도에서는 전 국민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건보에 가입돼 있고, 의료 기관의 경우 건보 환자를 무조건적으로 진료해야 합니다. 당연지정제, 정확히 말하면 강제지정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죠. 때문에 모든 국민이 사실상 평등하게 의료 기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폐단도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30대 건강한 직장인이 매월 10만원 가까운 보험료를 내면서 병원에 가지 않으면 그 혜택은 전무합니다.

물론 건보 특성상 병에 걸리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않은 게 당연하지만 복수 건보 체제로 간다면 가입자는 분명히 건보료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주요 지역별로 보험 기관을 분리하거나 현 건보공단을 경쟁이 가능하도록 나누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병원도 기관 선택이 가능해야 하고요. 단일 건보 구조는 이런 국민의 기본적 선택권을 무시한 처사여서 위헌 소송을 낸 겁니다. 조만간 판결이 나겠지만 현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재판부도 인정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5월부터 의료 관광이 허용되면서 외국인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

"국내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질적 기준으로 미국의 85%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암 치료율에서는 미국의 두 배에 이르고, 장기이식과 성형수술의 경우는 미국을 앞서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는 셈이죠. 캐나다 의료 평가 기관에 따르면 한국 의학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에 이를 정도로 손색이 없습니다. 때문에 의료 관광은 불황과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의료계에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것입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바로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그래서 의협도 중국의사협회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중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의사들을 초청 교육하는 방식의 교류를 통해 한국 의학 기술을 자연스레 중국에 알리고, 이를 통해 거대 시장인 중국 수요를 늘릴 계획입니다. 외국인 환자 의료사고 발생 시 분쟁 처리 등이 미비하지만 작년 말 의료분쟁조정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고, 조만간 처리되면 신속한 분쟁 조정으로 불의의 사고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봅니다."

-의사들이 경영난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적지 않게 들려옵니다. 일반인들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데 현실이 어떤지요.

"작년에 의사 12명 정도가 자살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돈 많이 버는 의사들이 어떻게 그런 상황까지 갈 수 있을까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상이 제대로 안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건보가 적용되지 않은 분야(피부 성형)를 제외한 의료 기관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건보수가(건보공단이 정하는 치료 가격)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어서입니다. 정부 기관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 수가는 원가의 72%입니다. 정부가 스스로 수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건보 재정을 이유로 이를 인상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렇다 보니 의료 기관은 박리다매 구조에 빠져 있고, 그렇게라도 못하는 병원은 투자비 때문에 빚더미에 앉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결국 벽지에선 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비급여(건보 비적용) 서비스 제한도 문젭니다. 의사들이 스스로 경영난을 타개하려면 자유롭게 비급여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데 정부가 정해 놓은 항목 외에는 다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급여 제한을 풀어야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건보의 재정 건전성도 지킬 수 있습니다."

-올해 의협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각 의료 기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보건소(예방)를 시작으로 1차 동네 병원, 2차 중소 병원 , 3차 대학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 전달 체계가 보다 확고하게 작동해야 국민 건강을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습니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다 보니 아주 심각하지 않은 지방 환자도 KTX를 타고 서울 대형 병원에서 치료받고 당일 내려가는 등 서울 집중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과 의료 기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의료 기관에서의 폭력 행위 근절도 중요한 문젭니다. 이달 초에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응급실 등에서 폭력 행위가 매우 심각합니다. 정부가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기존 법을 철저히 지켜 폭력 행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합니다. 한때 버스 운전기사 폭행이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처벌을 강화하면서 없어졌습니다. 하물며 생명을 다루는 의료 기관에서의 폭력 행위는 더 강력하게 조치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1952년 서울 출생

-가톨릭의대 의학박사

-정형외과 전문의 취득

-경만호정형외과의원장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장 -서울시의사회장

-이명박 대통령 후보 상임특보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대한결핵협회 부회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의협 회장

글=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