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자산 105조원. 두 거대 공기업이 하나의 조직으로 합쳤다.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와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동시에 받으며 출범했다.
삶의 '터전'과 '보금자리' 문제를 동시에 전담해야 되는 조직이기에, LH의 경영 효율성 못지않게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의식주 중에서도 주(住)는 공공재 성격이 가장 강한 재화인 만큼, LH의 사회적 책무는 막중하다. 통합공사의 슬로건을 이니셜에 맞춰 '사랑 나눔, 행복 채움(Love & Happiness)'으로 정한 것도 이 같은 공적 책임을 의식해서다.
통합 3개월이 지난 지금 통합의 효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LH는 적어도 사회공헌 부문에서는 매우 양호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각각 실시하던 봉사활동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통합 조직의 특성과 사회적 책임에 어울리는 새로운 사회공헌 활동을 발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조직이 출범하자마자 토공과 주공의 봉사조직을 합쳐 'LH 나눔봉사단'을 만들고 이지송 사장이 직접 단장을 맡았다. 사장이 단장이기 때문에 통합 조직 자체가 사회공헌 조직이 된 셈이다.
LH의 사회공헌 활동은 역시 전공과목인 건축ㆍ주택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LH는 지난 13일 육군 3군사령부와 '국가유공자 사랑의 보금자리 사업' 협약을 맺고 3군사령부 관내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들의 낡은 주택을 무상으로 보수하는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예산(1억 2,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자원봉사 인력도 LH에서 투입된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여섯 가구가 오는 6월이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게 된다.
지어진 지 오래되어 시설이 열악한 어린이 놀이터를 환경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3억 5,000만원을 투입해 부산 영도구의 일산봉 놀이터의 리모델링을 마쳤는데, 이곳은 원래 시설이 낡고 휴식공간이 부족해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뜸하던 곳이었다.
LH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곳에 벚나무와 모과나무 등을 심고 '숲 놀이터'로 탈바꿈시켰다. 조명 시설을 늘리고 오두막처럼 생긴 놀이시설과 다양한 체험 기구를 설치했다. 올해 리모델링을 마친 경기 남양주 도농4호 놀이터, 전북 전주 느티나무 놀이터의 변신도 LH의 작품이다. 토지공사 시절이던 2006년부터 치자면 9개의 놀이터를 전면 보수하고 30곳에서 부분 보수를 했다.
LH의 봉사활동이 토지와 주택에 관련된 차원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방학 중에 학교 급식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와 소년소녀가장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엄마손 밥상' 프로그램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임대주택 입주민 중에서 경제적 사정 때문에 미처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사는 부부들에게는 합동결혼식을 열어준다. 직원들이 소년소녀 가장들과 1대 1로 직접 결연해 멘토 역할을 해 주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LH 임직원들이 월급 일부를 반납해 취약 계층의 '패자부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한 지원 활동에 나선 일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LH는 지난해 11월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일반 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 및 영세 자영업자에게 최대 32억원의 기부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2급 이상 임직원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15개월 동안 급여 일부를 떼어내 매월 2억원씩 조성한 기금이 밑돈이 됐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LH가 지원하는 규모는 순수 기부로서 역대 최대 규모였다"라면서 "공기업 임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해 기부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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