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로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신기록이 무려 43개나 쏟아졌다. 기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첨단 수영복을 두고 말이 많았다. 잡음 끝에 최근에야 '기록은 인정하되 앞으로 착용은 금지한다'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스키의 경우는 어떨까.
밴쿠버동계올림픽은 2주 이상 남았지만, 벌써부터 경기복 논란으로 뜨겁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의 NBC는 여자알파인스키의 린제이 본(26ㆍ미국)을 포함한 미국, 캐나다대표팀이 첨단 스키복을 입고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24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본은 월드컵시리즈 통산 30차례 우승에 빛나는 간판스타. 첨단 스키복의 출현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화제의 첨단 스키복은 미국 '스파이더(Spyder)'사가 제작했다. 특수 폴리에스테르 재질로 만들어져 맞바람에도 스피드가 줄지 않는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 알파인스키 활강의 경우 하강 때 최고시속은 100㎞를 웃돈다. 첨단 스키복은 국제스키연맹(FIS)의 인증도 받은 상태다.
인정은 했지만, FIS는 여전히 전전긍긍이다. 스키복에 관련된 특별한 규정이 없어 착용을 허용했지만, 첨단 스키복으로 인해 신기록이 무더기로 나올 상황이 못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수영에서 불거진 논란이 알파인스키로 옮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섞여 있다.
본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만 100분의1초라도 도움 받고 싶을 뿐 내가 가진 기량과 경기복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여자알파인스키 회전 금메달리스트 안야 파에르손(29ㆍ스웨덴)은 "스웨덴대표팀은 첨단 스키복을 구할 여력이 없다"면서 "첨단 스키복을 착용한다면 출발선부터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석 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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