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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中企 '한파 여전' "온종일 2만원짜리 옷 하나 팔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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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中企 '한파 여전' "온종일 2만원짜리 옷 하나 팔았어요"

입력
2010.01.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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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길과 양 옆으로 늘어선 대다수 가게가 추운 겨울날씨 마냥 썰렁했다. 아동복 판매점을 운영하는 지모(68)씨는 "오전 8시에 나와 오후 3시가 넘었는데 2만원짜리 한 장 겨우 팔았다"며 "뉴스서는 경기가 다 살아났다고 떠들던데 여기는 설 대목도 다른 나라 말처럼 들릴 정도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같은 날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특수고무가공 공장.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고무 호스를 만드는 이 공장의 기계 절반이 멈춰 있었다. 이모 사장은 "건설 경기가 가라앉는 통에 일감이 없는데다 이달 들어 원료(고무) 값이 50% 가까이 올랐다"며 "사상 최대 무역 흑자니 하는데 우리는 설 대목에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챙겨 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곳곳에서 최악의 금융 위기를 이겨냈다며 따뜻한 봄을 얘기하고 있지만 재래 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의 바닥 경기는 여전히 한 겨울 추위에 신음하고 있다. 경기는 살아났다지만 아직은 주머니를 여는 이들이 많지 않은데다 건설 경기 침체, 원자재 값 상승 등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재래 시장과 소상공들은 소비심리 침체와 대형마트라는 두 괴물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공세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는데, 새해 들어 대형마트간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치면서 그 유탄을 맞고 있는 것.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최모(40)씨는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이 시작한 이후 매출이 30∼40% 줄었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커피믹스, 라면, 햇반 등 그나마 낱개로 물건을 사러 오던 손님들도 너무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ㆍ경기 지역 800가구 주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64.9%가 설 선물을 대형마트에서 살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재래시장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11.9%에 그쳐, 올 설 대목에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들도 오랜 겨울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경기 화성에서 포장용 박스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한 대기업이 15% 단가 인하를 요구했다는 말이 돌고 있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바닥경기는 여전히 냉랭한데, 벌써부터 출구전략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중소기업 경기전망 지수(BSI)는 지난해 10월 95까지 회복했지만 올해 1월 86으로 떨어졌다. BSI가 100이하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자금사정지수 역시 지난해 10월 92에서 1월 88로 떨어져 자금 사정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퇴출압력을 받는 중소기업도 늘고 있다. 정부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회사 등 재무실적을 기준으로 한계기업을 나누고 신규 보증 및 보증 연장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2009년 3분기 기준으로 중소기업 3개 중 1개(32%)가 이에 해당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부가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 자금을 줄이고 하반기 이후 신용 보증 연장 조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며 "이제 겨우 숨통을 틀까 하는 상황인데 여기저기서 중소기업 지원을 줄이겠다는 정부 계획이 나오고 있어 중소기업인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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