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강자'를 꿈꾸는 한화그룹이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대 금융계열사인 대한생명은 올해 상장과 함께 사명변경을 추진중이고, 한화손해보험은 제일화재와의 통합을 통해 시장확대를 모색 중이다.
특히 한화증권은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더 불릴 태세다. 시장에선 "한화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아닌 금융에 그룹의 미래를 맡긴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화약을 모체로 출발한 '제조업 그룹' 한화는 점차 '금융중심 그룹'으로 탈바꿈해가는 모습니다.
2003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뒤, 비약적으로 커진 금융계열사 비중은 이미 지난해 매출의 절반이상(55%)을 차지했다. 대기업 그룹 가운데 금융부문 비중으로만 보면, 한화가 삼성에 이어 독보적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셈이다.
'금융 한화'의 금년도 최대 이벤트는 3월쯤으로 예상되는 대한생명 상장이다. 김승연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금융 부문은 앞으로 그룹 구심점으로 더욱 견고한 위상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8일 경영전략회의에서 "1분기 안에 대한생명 상장과 사명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생명의 바뀔 이름은 한화생명. 인지도 넓은 '대한생명'을 버리고 '한화생명'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그룹 정체성 및 금융계열사간 시너지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증권은 푸르덴셜증권 인수경쟁에 뛰어들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증권 부문의 규모확대를 위해선 M&A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푸르덴셜 인수전에서 한참 앞서 있던 KB금융지주가 경영권 문제로 주춤한 상태여서, 한화증권의 승산도 낮지 만은 않다는 평가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초반 6,000억~8,000억원까지 치솟던 인수 예상가격대도 상당히 낮아진 상태여서 한화도 큰 부담은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병을 결의한 손해보험의 두 계열사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도 올 1월부터 한화손보로 통합 출범하며 단숨에 업계 6위로 뛰어 올랐다. 한화손보는 통합 3년차인 2012년까지 시장점유율 8% 이상, 총자산 7조원대, 지급 여력비율 200% 이상의 우량보험사로 발전한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을 아우르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복합형 상품들을 출시한다면 상당한 시장파괴력을 낼 수도 있다"면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 금융계열을 당장 따라잡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버금가는 위상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화 금융부문의 장기적 종착역은 결국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 설립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올해 대한생명의 상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평가다.
상장을 통해 33%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가 투자금을 회수(지분정리)하고 떠나야, 비로소 지주사 설립 같은 한화의 계획이 실현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현재 대체적 예상처럼 1만원을 넘으면 예보가 지분을 정리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보 지분정리가 신속히 완료될 경우,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한화가 지주사 설립방향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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