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배노. 차가츠 이르게디익뎀지흐 어르촐긴 터우밴(안녕하세요. 이주민통역지원센터입니다. 몽골어00)", "쌀렘알레굼. 매압기캬 마드드 가르 삭다 훙(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파키스탄어)"
경기 안산시 원곡동 외국인주민센터 2층에는 전국에서 단 하나뿐인 이주민통역지원센터가 있다. 이 곳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낯선 외국어에 마치 이국 땅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 9명의 상담원들은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답하고 상담을 위해 직접 센터를 찾아 온 이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빠 보였다.
이곳 이주민통역지원센터는 국내 첫 이주민을 위한 전문 통역 지원 상담 센터이다. 2008년 3월 이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던 대우인터내셔널이 안산시, 안산지역 시민단체들과 손을 잡고 시작했다.
외국어 통역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이전에도 몇 곳 있었지만 1,2개 나라 말이 고작. 반면 이 곳은 유학생을 비롯해 한국에서 최소 5년 이상 생활한 상담원들이 몽골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파키스탄어, 베트남어, 미얀마어, 중국어, 방글라데시어, 영어, 스리랑카어, 러시아어, 한국어(중국 동포)까지 무려 12개 외국어로 통역하고 있다.
웬만해선 안 통하는 말이 없을 정도이다 보니 도움을 바라는 사연들도 가지가지이다. ▦택배가 1주일이 넘게 오지 않는다 ▦새로 산 밥솥이 말썽을 피워 밥을 지을 수 없다 ▦갈만한 외국인 전용 식당이 없다 는 내용은 기본. 김대식 상담팀장은 "상담원들이 직접 택배회사나 가전제품 만든 회사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전화 연결되는 것도 쉽지 않다"며 "한국 사람도 상담 받기 쉽지 않은데 외국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한 이주민 여성은 서로 말이 안 통해 답답해 하던 차에 이 곳을 알게 돼, 매주 남편을 데리고 와 억울했던 일, 화내고 싶었던 일을 통역을 시켜 남편에게 하소연하고 가기도 한단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주민들이 가장 애를 먹는 것은 임금 체불, 퇴직금, 사업장 변경, 산업 재해 등 일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특히 임금이나 퇴직금을 못 받고도 해결 방법을 몰라 쩔쩔매는 외국인들이나, 근로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나는 정해진 대로 다 줬다"고 버티는 사업주 사이에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리랑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2명은 수원의 한 공장에서 2년 6개월 동안 일을 했는데도 퇴직금은 1년 6개월 치만 받았다며 지원센터를 찾았다. 두 사람은 노동부에 진정을 하고 싶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결국 포기하려고 했으나 센터의 통역서비스 소식을 듣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 상담원이 두 사람을 대신해 파악해 본 결과, 사업주는 산업연수생 기간이 퇴직금 산정에 포함되는 사실을 몰라 퇴직금 산정 기간에서 뺐던 것. 사업주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나머지 1년치 퇴직금도 두 사람에게 지급했다.
최근 들어서는 사업장 변경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정혁 센터장은 "제조업 관련 비자(F4)는 받기가 어렵기 대문에 일단 한국에 오기 위해 농축산어업 관련 취업 비자(F5)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태어나서 배 한 번 타 본 적 없는 채 고기잡이 배를 타는 경우도 많고 농축산업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뒤늦게 알고는 일을 그만 두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일을 그만두고자 해도 사업주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 게다가 서로 말이 안 통하니 문제는 꼬여만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통역지원센터가 나서서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가 서로 입장을 전해주고 해답을 찾기 위해 애쓴다. 이 센터장은 "사업주가 상황을 이해해 주면 다행"이라며 "하지만 일손이 많이 부족한 농어촌 사업주 입장에서는 어렵게 사람 구했는데 마음대로 그만 두면 어떻게 하느냐며 되려 하소연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상담원들은 모두 만능이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관련 제도나 정책이 바뀔 때마다 밤새워 가며 공부를 하고 법률, 노무, 출입국, 의료, 산업재해, 복지 분야 전문가로 꾸려진 자문위원단에게 평소에도 지도를 받고 있다.
통역지원센터는 안산 지역은 물론 전국 이주민들과 이들의 한국 가족, 일하는 사업주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센터는 아예 대표전화(ARS 1644-7111)를 두고 전국에서 걸려오는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반월공단, 시화공단을 비롯한 인근 지역은 직접 출장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김 팀장은 "처음 이주민들 입장만 대변한다며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사업주가 많았지만 이제는 먼저 전화해서 찾아와 달라고 하거나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경찰서, 검찰, 법원 등에서도 통역 서비스를 자주 요청 한다"고 전했다.
지난 해에만 6만 건 넘는 상담을 진행한 통역지원센터는 특히 민(NGO), 관(안산시), 기업(대우인터내셔널)이 손을 잡은 성공적인 사회공헌활동의 사례로 평가 받으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이웃 일본에서도 자주 찾는 장소가 됐다. 이 센터장은 "이주민들이 많은 출신 국가의 대사를 비롯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이곳을 찾아 해당국가 출신 이주민을 만나고 애로 사항을 듣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영남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은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데 도움을 주는 곳으로 거듭나도록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 대우인터내셔널의 사회공헌 활동
대우인터내셔널은 2007년부터 이주민 지원 사업을 사회공헌 사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 110개가 넘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 무역 및 투자 사업을 벌이고 있고 해외 지사 및 법인에 많은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수행과 동시에 한국에 온 이주민을 지원하는 것이 간접적으로 그 국가에 보답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주민 지원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이주민 지원 사업의 시작은 2008년 3월, 경기 안산에 '이주민 통역지원센터'를 세우고 외국인 노동자 및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들이 말이 통하지 않아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12개 나라 언어에 대한 통역 상담 지원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2009년 10월에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화원사회복지관에 '다문화가정 영유아 보육센터'를 열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보육지원 및 언어교육, 정서발달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런 이주민 지원 사업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자녀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데 작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농촌사랑 실천을 위해 경남 고성군 참다래마을과 1사1촌 자매 결연을 맺고 농번기 일손 돕기, 특산쌀 구매를 통해 사회복지단체 기부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는 사단법인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와 농협중앙회로부터 우수 1사1촌 자매결연 기업으로 뽑혀 '1사1촌 상'을 받기도 했다. 올 2010년에는 경기 연천군의 새둥지마을과 추가로 자매결연을 맺고 다양한 농촌지원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임직원이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사회공헌활동 또한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2004년부터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2009년에는 임직원 280여명이 5,000만원 이상을 모아 백혈병과 심장병 환자들의 수술비를 지원하고 고아원, 양로원, 무료급식소 등에 성금을 기부했다.
특히 임직원 성금 모금은 참여 인원이나 액수 모두 해마다 늘고 있는데 2010년에는 320여명이 임직원이 성금 모금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혀 더욱 많은 곳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사회봉사 동호회 '큰지붕 사람들'을 중심으로 영유아 보육, 학습지도, 청소봉사, 무료급식 지원 등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우인터내셔널은 1년에 두 차례씩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토요일' 행사를 열어, 임직원들이 모은 물품을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외 재해 구호활동에도 적극 동참하여 2007년 북한 수해지역 이재민들을 위해 1억원 상당의 기초구급의약품을 지원했고 2008년에는 미얀마 사이클론(태풍) 피해 및 중국 지진 피해 구호를 위해 5억원 상당의 복구 비용을 기부한 바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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