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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모로코, 카사블랑카 - 한가로운 사원의 오후, 영화 속 낭만은 간데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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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모로코, 카사블랑카 - 한가로운 사원의 오후, 영화 속 낭만은 간데없고…

입력
2010.01.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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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카사블랑카(Casablanca)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카사블랑카를 낭만의 도시, 사랑의 도시로 떠올린다. 영화 때문이다.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영화 '카사블랑카'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의 카사블랑카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지금 이 도시에선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흔적을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사실 영화 속에서도 카사블랑카의 풍경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영화 속 이야기는 대부분 릭(험프리 보가트 분)이 운영하는 카지노와 바, 마지막 신인 공항 등에서 이뤄진다. 모두 세트장에서 만들어낸 영상이다. 영화에 잠시 나온 시장의 풍경도 사실 카사블랑카가 아닌 탕헤르에서 찍었다고 한다.

지금의 카사블랑카는 관광지가 아닌 경제 중심지다. 모로코 경제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북아프리카 대서양의 가장 큰 항구도시다.

영화가 처음 방영된 1942년만 하더라도 탕헤르 등과 함께 국제도시로 이름이 높았다. 2차 대전 때는 유럽의 부호들이 대거 피란와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종전 후 이슬람 왕정국가가 들어서면서 유럽풍 국제도시의 분위기는 대부분 잃고 말았다.

카사블랑카는 '하얀 집'이란 뜻이다. 도시 외곽의 앙파(Anfa)란 바닷가 언덕이 도시가 시작된 곳이다. 처음 그곳에서 원주민들은 하얀 집의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대서양을 오가던 포르투갈 선원들이 언덕 위 하얀마을을 보고 지은 이름이 카사블랑카다. 지금 앙파는 모로코 최고 부호들이 높은 담을 두른 거대한 저택을 짓고 사는 곳이다.

카사블랑카에선 1943년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과 영국 처칠 수상의 회담이 진행됐다. 전후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시 독일군은 첩보를 통해 회담 장소가 화이트하우스란 것을 입수했다. 당연히 미국 워싱턴일 것이라고 추측했던 그곳이 바로 카사블랑카의 앙파였다.

앙파 언덕에서 도심을 바라보면 바닷가에 우뚝 솟은 거대한 대리석 탑이 보인다. 카사블랑카의 랜드마크인 핫산2세 사원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이슬람모스크다. 첫째와 두 번째로 큰 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에 있다. 전 국왕인 핫산2세의 60세 생일을 기념해 세워진 건물은 1983년 착공해 10년간의 대역사를 통해 완성됐다.

사원의 높이는 210m. 사원 안에선 2만5,000명이 예배를 볼 수 있고, 사원 앞 광장이 수용할 수 있는 8만명을 더하면 10만명 이상이 동시에 기도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사원은 바다를 개간해 지어졌다. 코란의 '신의 옥좌는 물 위에 지어졌다'는 구절을 따른 것이다. 프랑스 건축가 미쉘 팽소(Michel Pingseau)가 설계한 사원은 무려 5억달러가 들어간 대작이다.

높이 210m에 이르는 미나레트 탑과 드넓은 광장 바닥 등이 모두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장식됐다. 하이테크 기술이 접목돼 바닥은 따뜻하게 데울 수 있고, 육중한 문은 전기로 여닫는다.

지붕도 개폐식이라 날 좋을 때면 열린 하늘 아래서 기도를 올린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거대한 규모임에도 구석구석 정교하게 장식된 디자인이다.

여행서 '론리플래닛'은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과 로마의 성피터스 성당에 견줄만하다고 했다. 정교한 나무조각과 타일장식, 치장벽토 등은 6,000명이 넘는 모로코 장인들이 달라붙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만든 해무가 사원의 밑부분으로 아련히 스며들었다. 마치 그림으로 그려진 듯 안개 자욱한 바다에서 솟은 사원의 풍경이 몽환적이다.

사원에 발을 들여놓았다. 많은 이슬람 사원이 신도가 아닌 일반 관광객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데 반해 이곳은 자유로이 구경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두 번째 큰 사원도 순례객만 받고 있으니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모스크로선 이곳이 가장 큰 셈이다.

사원의 너른 광장은 이미 시민들로 가득했다. 종교의식을 위해 모인 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다. 자전거를 탄 소녀와 공을 차는 소년이 광장을 가로질렀다. 친구와 가족들은 손을 꼭 잡고 거닐며 한가로운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그곳엔 경건함 보다 즐거움이 가득했다.

해가 저물며 파랗던 하늘에 붉은 빛이 번졌다. 하늘 전부를 뒤덮는 붉은 기운에 구름은 핏빛으로 타올랐다. 해무는 점점 짙어오고 붉은 빛은 점점 진해졌다.

광장의 사람들이 붉은 해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카사블랑카는 흑백영화의 낭만 대신 환희의 빛으로 타올랐다.

■ 여행수첩

모로코 인구는 3,500만명이며 수도는 라바트다. 현 모하메드6세가 통치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화폐는 디르함과 유로 등이 사용된다. 미국 달러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1유로에 10디르함 정도.

겨울철 카사블랑카나 탕헤르의 기온은 15~20도. 낮에는 긴 팔 셔츠 하나면 충분하다. 하지만 밤엔 다소 쌀쌀해 걸쳐 입을 가벼운 외투를 준비하는 게 좋다.

모로코는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다. 난폭운전이 심하다. 도심의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횡단할 때도 반드시 차가 정지한 것을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사진 찍는 것에 민감하다. 관공서, 경찰 등 공무원, 여성 등의 사진을 찍을 때 특히 유의해야 한다. 전기는 220v. 3개월 안이면 무비자로 입국 가능하다.

카사블랑카에서 카타르 도하나 파리, 마드리드와 항공편이 연결된다. 스페인 타리파항과 모로코 탕헤르를 잇는 쾌속선은 하루 7, 8차례 운항한다. 카사블랑카에서 탕헤르까지는 자동차로 4, 5시간 걸린다.

카사블랑카(모로코)=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카타르항공, 인천 - 도하 직항로 3월 개설

항공사간 하이엔드 마케팅이 치열하다.

일등석, 비즈니스석 손님들을 위해 더 품격 높은 서비스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기내 서비스는 물로 공항의 라운지 시설도 경쟁적으로 고급화하고 있다.

카타르항공의 경우 아예 일등석, 비즈니스석 손님들만을 위한 프리미엄터미널을 따로 운영할 정도다.

카타르 도하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면 일등석과 비즈니스 승객들만을 위한 차량이 따로 대기했다가 프리미엄터미널로 안내한다.

환승객은 이곳에서 5성급 호텔의 서비스를 받으며 갈아 탈 비행기를 기다린다. 터미널은 식당과 흡연실 샤워실은 물론 자쿠지와 마사지실 수면실 회의장 면세점 등을 갖추고 있다.

카타르항공은 3월 말부터 인천과 카타르 도하를 잇는 직항노선을 새로 연다. 일본 오사카를 경유하는 현 인천-도하 노선이 14시간30분 걸리던 것을 5시간 가량 단축하게 된다.

중동은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구심점이 된다. 카타르 도하는 중동의 허브공항을 놓고 두바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현재 2011년 1차 완공 목표로 신도하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도하가 중동의 허브공항으로 성장하게 되면 여행 패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규철 페가수스 여행사 이사는 "현재 북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에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등까지 버스로 내려왔다가 되돌아 가야 하는 등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직항노선이 개설되면 반대로 도하에서 곧장 카사블랑카 등으로 날아간 뒤 서유럽을 둘러보고 나오는 방법이 있어 국내 여행자들이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얘래 탈라(41) 카타르항공 한국지사장은 " 카타르항공 승무원 1,000여명 중 300여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 노선에 관심이 많다"며 "직항 노선 개설을 통해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역동적인 여행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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