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패션란제리 빅토리아시크릿의 국내 도입을 둘러싼 잡음이 점입가경이다. 빅토리아시크릿은 '란제리를 패션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젤 번천, 미란다 커, 나오미 캠벨 등 당대 최고의 모델들이 출연하는 환상적인 패션쇼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 그런데 불과 두 달 사이 두 개 업체가 서로 이 브랜드의 한국 내 독점판권을 확보했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서로 상대편의 계약은 '사기'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치 않는 가운데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의류수출입업체 (주)아카르디아(대표 이재승)는 19일 빅토리아시크릿의 본사인 미국 리미티드브랜드사와 향후 3년간 이 브랜드의 한국 내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주)VS인터내셔널(회장 박영호)은 리미티드브랜드사의 해외판권을 갖고 있다는 AFB사로부터 한국 판권계약을 위탁 받은 업체와 국내 독점 판권 계약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카르디아의 계약 발표와 관련, "우리의 계약은 확실하고 1차 물량이 이미 선적돼 내달 초면 한국에 들어온다"며 "빅토리아시크릿 본사에 아카르디아의 발표 내용을 보고했으며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카르디아 관계자는 "VS인터내셔널이 위탁업체에 사기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는 리미티드브랜드사 회장을 미국 본사에서 직접 만나 계약서에 사인했으며 설 즈음 첫 매장이 오픈되면 시시비비가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월 3일자로 작성된 영문 계약서에는 리미티드브랜드사 회장의 이름이 레스 웩스너로 표기되고(정식 이름은 레슬리 H. 웩스너), 사인도 회사 홈페이지에 실린 사인과 달라, 국제상법의 적용을 받는 계약서치곤 허술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패션전문지 WWD가 지난 연말 게재한 웩스너 회장 인터뷰 기사에서도 아시아권 확장 계획은 일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2012년에 내는 것이 유일했으며 한국 진출 관련 내용은 없었다.
양측 주장의 진실성을 섣불리 의심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 하지만 최소 한 회사의 주장이라도 허구로 드러난다면 한국 패션계에 대한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상황은 만만치 않다. 양측은 각각 "현재 유명백화점과 협의 중이며 대리점 모집을 통해 유통할 것""서울 압구정동에 2월 중순 멀티샵 형태로 첫 매장을 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준비상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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