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풍력발전 분야에서 잇따라 해외 사업권을 수주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강국'의 입지를 굳힌 데 이어 '풍력발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1일 남부발전 등과 공동으로 파키스탄에서 총 50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권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남서부 신드지역에 1.65MW급 풍력발전기 30기를 공급할 계획이며 총 수주금액은 8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000㎞가 넘는 해변에다 초속 7m의 풍속을 감안하면 파키스탄에서 총 5,000㎿ 규모의 풍력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꽤 높다"고 전망했다.
앞서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이 참여한 국내 컨소시엄은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추진중인 2,500MW 규모의 풍력ㆍ태양광 발전단지 건설 사업권을 따냈다. 공사비가 최소 6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전기생산량 기준으로 80%가 풍력으로 구성될 이 단지에는 풍력발전기 1,000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STX윈드파워도 얼마 전 네덜란드 업체와 총 50MW급 풍력발전설비 공급 및 유지보수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내년 말까지 네덜란드와 터키, 이라크에 2MW급 발전 설비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풍력발전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회전날개에 의한 기계에너지로 변환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다른 재생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성이 높고 이산화탄소 감축에 효과적이어서,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환경ㆍ에너지 문제 해결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선진국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풍력에너지이사회(GWEC)는 올해 시장규모를 675억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도 14%에 달한다.
최근의 연이은 낭보에도 불구하고 풍력발전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GWEC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세계 풍력발전설비 시장규모는 신규 및 누적용량 기준으로 각각 27GW, 120GW로 독일과 미국, 스페인 등 상위 10개국의 비중이 86.2%나 된다.
전체 시장의 88.8%를 점하고 있는 상위 10개 업체 모두 이들 나라 기업들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선발국가들보다 10년 정도 늦은 2001년에야 750㎾급 상업용 설비 개발을 시작했고, 2008년까지 누적용량이 299MW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는 풍력강국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풍력발전시스템은 자동차ㆍ조선과 유사하고 많은 기업이 우수한 중공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90년대에는 효성과 유니슨 등 소수의 업체들이 정부의 지원 아래 연구개발에 나섰지만, 2000년대 들어 조선업계의 선두주자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독자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상업용 설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풍력설비가 대형화하면서 조선ㆍ중공업 기술력과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요구 및 대체에너지 시장의 갑작스런 확대로 인해 소수 대형업체들이 풍력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점도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 신규업체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사의 점유율이 점차 하락하는 반면 인도와 중국업체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여기에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동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2008년부터 5년간 2,9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2,000MW의 국산 풍력발전기 공급에 이어 2030년에는 누적 설비용량 7.3GW 구축으로 세계 1위의 시장주도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장미빛 미래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과제도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통해 ▦풍력발전 인프라 구축시 공공부문과 사업자의 비용 분담 ▦국내부품 사용시 인센티브 제공 ▦인허가 및 운영 관련 원스톱 서비스 구축 ▦공유수면 점유기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풍력산업을 단순한 에너지산업이 아니라 고용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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