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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대화 없는 세종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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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대화 없는 세종시 해법

입력
2010.01.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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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처럼 풀기 어려운 게 또 있을까. 보수와 진보의 견해가 다르고, 충청권과 비충청권의 생각이 딴판이고, 충청권 내에서도 생각이 같지 않고, 노무현 정권 시절의 인사들과 야당, 현 정권 인사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 대립이 심하다. 이런 가시적 분류와 관계없이 개인의 정치 경제 사회적 신념과 이념에 따라 견해는 또 갈라진다.

"동네 사람들 들으시오" 외침만

우리나라는 각종 갈등이 중첩된 채 제대로 해소되는 게 거의 없이 보류와 일시적 봉합으로 그럭저럭 꾸려져 나가는 사회다. 그래서, 큰 기대를 받지는 못하지만 사회통합위원회까지 구성해 가동할 정도다. 세종시 문제는 그런 갈등 중에서도 복합갈등, 다중ㆍ다면갈등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주에 정부가 예정대로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하면 갈등과 대립은 한층 더 심해질 것이다. 세종시 문제는 우리 사회의 블랙홀이라거니 그게 아니라 화이트 홀이라거니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다른 현안들도 원활한 해결과 추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여권 내부의 의사통일이다.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의 반대와 반발이 특히 심하다. 그리고 야당의 반대는 어느 문제에나 해당되는 일이다. 그것은 정치판의 상수(常數)이며 고정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문제에서든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내려 하고 완전한 투항과 백기를 요구하는 경향 때문에 타협과 절충은 더욱 어렵다.

그런 상황이므로 당연히 여권 내부의 의사, 다시 말해 한나라당의 당론부터 통일돼야 하는데, 의사결정을 위한 논의는커녕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가는 일에서부터 길이 막혀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당론 변경을 위한 토론을 언급한 데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라 투표일 뿐"이라고 반박함으로써 논의구조 자체를 봉쇄해 버렸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자신이 토론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토론을 막고 말고 등의 이야길 한 적이 없다. (나에게) 토론하자고 한 적도 없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그의 말대로, 우습고 이해되지 않는 점은 같은 당 사람이면서 직접 대화는 하지 않고 언론을 상대로 "동네 사람들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수준의 떠들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에도 박 전 대표에게 총리 직을 제의했다거니 들은 바가 없다거니, 이런 식의 논란이 있었지만 직접 대화 기피현상은 여전한 것 같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권의 의사 통일, 바꿔 말해 당론 변경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역시 박 전 대표다. 박 전 대표, 친박계 의원들과 합의하지 않고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나라당 당헌은 당론 결정 요건을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당론 변경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친이계 측은 그래서 당론 변경요건을 완화하려 하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분란만 키우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당론 변경요건은 당연히 더 엄격해야 한다.

세종시 문제를 풀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만나든, 아니 그 전에 정운찬 총리가 박 전 대표를 만나든 직접 대화를 하는 게 필요하다. 대화는 토론과 절충ㆍ타협을 망라하는 전 과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종시 수정안을 더 수정해 일부라도 정부부처를 이전함으로써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보여 주는 선에서 대타협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일부부처 이전'으로 대타협을

이렇게 여권 내의 의견을 정리한 다음 야당을 상대로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며 정부부처 이전의 규모 자체가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수결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령이자 한계이면서 원칙이다. 나라와 국민이 언제까지나 세종시 문제에 발목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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