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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이상한 공익'… 법관 평가만 해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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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이상한 공익'… 법관 평가만 해도 OK

입력
2010.01.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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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평가 한 건당 공익활동 30분.'서울변호사회는 최근 법관평가 설문지를 회원 변호사들에게 돌리면서 조건을 달았다. 한 건을 작성하면 0.5시간 공익활동을 한 것으로 계산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로라면 건당 짧게는 10분이면 작성 가능한 법관 설문조사를 40건만 하면 연간 공익활동 의무(20시간)를 채우게 된다. 서울변회 소속 A변호사는 "이런 게 공익활동인지 모르겠다"면서 "법률가로서 솔직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공익활동에 대해 문제점을 공개 지적한 변호사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는 변호사의 공익활동이 법으로 의무화된 지 10년째를 맞는다. 그러나 법조인의 공적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법 취지는 시간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2000년 제정된 변호사법 관련 조항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연간 일정시간 이상을 공익활동에 힘써야 한다. 그 활동범위와 방법의 세부적 사항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하기로 돼 있는데, 대한변협은 이를 각 지방변회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4차례 규정이 개정되면서 연간 공익활동 의무시간은 3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오히려 줄어 들었다.

변호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배려이나, 실은 그 만큼 의무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17년 전 법률봉사운동인 '프로보노'(프로보노 퍼블리코의 약자ㆍ공익을 위하여)를 시작한 미국변호사협회가 연간 50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국 변호사의 약 70%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서울변회도 국선변호 및 공공기관을 위한 법률부조 활동 등을 공익활동으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익활동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실제 법관평가를 공익활동으로 임의 계산하는 것 외에도 '그들만의' 이상한 공익활동은 다양하다.

가령 변호사 겸 국회의원은 법안제출을 하면 공익활동에 포함된다. 또 변호사회 임원과 위원회 위원들은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연간 의무시간을 채운 것으로 간주된다. 서울변회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법으로 정해 놓고 좋은 일 하라는 것이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렇게 느슨한 공익 기준이지만 이를 어겨도 큰 불이익을 받지 않아 실제 참여율은 낮다. 법이 정한 의무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연간 의무시간을 못 채울 경우 시간당 3만원을 법률원조지원비로 납부하면 그만이다.

또 회장 직권으로 지난해에 못 채운 시간을 다음해에 더하는 '돌려 막기'도 허용하고 있다. 이런 탓에 외형상 '공익활동 의무화법'을 어긴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간사는 "법 제정 이후 서울변회가 기금 내역 등 공익활동의 세부적 내용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때문에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감시도 2003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와 시민이 바라보는 공익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르다"면서 "변호사들이 그 괴리감을 좁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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