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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앞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경기회복의 온기 일자리 창출에 못 미쳐 못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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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앞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경기회복의 온기 일자리 창출에 못 미쳐 못내 아쉬워"

입력
2010.01.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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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해 낸 '성공한 구원투수'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 재무장관들조차 "어떻게 한국만 그렇게 급격한 회복을 할 수 있었느냐"고 놀라움을 표시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경제의 지표들이 1년 새 몰라보게 달라졌고,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회복속도는 단연 눈부시다.

하지만 윤 장관은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였다. 바로 고용 때문이다. 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기 회복의 온기가 서민들에게까지 전해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취임 1주년(2월9일)을 앞두고 21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윤 장관은 "경기 회복에도 일자리가 늘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다"면서 "올해는 고용에 올인을 하겠다"고 했다. 이날도 새벽부터 국가고용전략회의 첫 회의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인터뷰= 이성철 경제부장

-벌써 취임 1년이 됐습니다. 되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확정했던 순간이 우선 떠오릅니다. 또 추경 편성 등 신속하고 적절한 경기대응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한국을 보는 국제기구와 해외 언론의 시각이 빠르게 좋아졌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반대로 아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미네르바 사건, 그리고 때마다 되풀이 되던 위기설 등은 지금도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불필요한 위기 의식이 조장되고 소모적 논쟁이 야기되면서 경제심리를 위축시키고 시장 불안이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또 하나,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점은 지금도 큰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때도, 그리고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모두 소용돌이의 현장에 계셨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길래 이번엔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10년 전 외환위기는 압축성장으로 인해 언젠가 겪어야 할 비용을 치른 거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환란과정을 통해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하방 리스크를 대비해야 할 때가 있구나 깨닫게 되었지요. 10년 전과 비교해 기업 부채비율이나 금융기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좋아진 것도 그 덕분이었다고 봅니다. 이런 변화가 결국은 이번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게 한 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는 넘겼지만 고용 문제나 양극화 문제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맞아요. 이제 1단계 고비를 넘겼을 뿐입니다. 결국은 고용이 좋아져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과거에 비해 성장에 따른 고용효과나 투자로 인한 취업유발효과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위기로 서민들이 일자리에서 밀려나니까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해지는 거지요. 그래서 이제는 소득창출 못지 않게 일자리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해졌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많은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걸 토대로 매달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실천해 나갈 겁니다."

-하지만 서민들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과연 일자리가 좋아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그럴 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래도 고용창출을 위해 올인 할 것입니다. 고용친화적인 세정과 재정지원도 아까지 않을 것이구요. 일할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고,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합니다."

-고용 창출을 위해선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영리의료법인 도입문제는 좀처럼 진전이 없는데요. 고용창출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도 미흡한 것 아닌가요.

"고용이 우리가 추구해야 될 최고의 가치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다른 가치와 충돌하는 경우가 있죠. 영리의료법인 경우가 그런데요. 일부에선 의료시장에 민간자본의 진입 규제를 풀 경우 공공의료체제가 위협을 받는다고 막연히 우려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반대를 위한 핑계, 쓸 데 없는 걱정이라고 봅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면서 건강보험이 미치지 않는 부분을 보충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럼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계속 추진하실 겁니까.

"태국만하더라도 작년에 의료관광객을 150만명이나 유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4만명도 채 되지 않았어요.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물론 의료시장을 산업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데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공감대를 갖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정부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도입 방안과 보완책 등 논의를 신중하게 진행할 겁니다."

-摸?얘기를 해보죠. 지난 1년간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부총리가 아니어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요.

"(껄껄 웃으며) 역으로 부총리가 아니어서 더 편합니다. 부총리라면 많은 책임을 져야겠지만, 직제상 선임 장관일 뿐이나 오히려 더 편하죠. 예전과 달라서 이젠 한 사람의 뛰어난 리더십만으로는 자칫 독선과 편향을 낳을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서 일을 추진해야 집행에 동력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혹자는 역대 정권에서 아무리 정부조직을 바꿨어도 '옛 경제기획원-재무무-상공부 트로이카 체제'를 능가하지 못한다고들 얘기합니다. 지금의 정부 조직, 특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또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어떤 조직이든 환경 변화에 따라 통합, 분리, 생성이 되풀이 됩니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찬반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결국 선택의 문제죠. 이제 현 정부 임기 5년 중 2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남은 3년을 위해서 조직을 다시 통ㆍ폐합하자면 엄청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겁니다.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 보다는 운용의 묘가 더 중요하겠지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재정부 차관이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야말로 운용의 묘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젠 모든 것을 규정대로 투명하게, 또 당당하게 하자는 겁니다. 정부도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면서 상당한 리스크를 지게 됐는데요. 솔직히 정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자면 얼마든 길이 있죠. 하지만 공개적으로 열석발언권을 하게 되면 정부와 금통위가 공동운명체가 된 거나 다름 없습니다.

금통위 금리 결정에도 정부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거구요. 금통위 회의에서 치열한 토론을 해보자는 겁니다.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면 받아 들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배척하지 않겠습니까."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에도 금통위 회의에 참석을 했다. 올 들어 두 번째. 허 차관은 이날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발표된 대책을 금통위원들에게 설명을 했다고 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가 높습니다. 그런데 경제위기가 완전히 끝나더라도 G20 체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위기가 종료되면 다시 G7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런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G20가 재무장관회의에서 정상회의로 격상이 된 것은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끝나면 G20는 다시 재무장관회의 체제로 복귀하고 정상회담은 G7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 7개국(G7) 소속 선진국들은 G20 체제에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러니까 이번 G20 서울정상회담이 중요합니다. G7아닌 국가에서 처음 열리는 서울정상회의가 이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겁니다. 한국에서 해보니까 괜찮더라 이런 평가가 반드시 나와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의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

-끝으로 지난해 처음 장관 취임을 할 때 마음속으로 목표가 있었을 텐데요. 1년이 지난 지금 평가해 보면 어떠신가요.

"제일 처음 든 생각은 과연 이 어려운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해서 무사히 잘 내려올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기자들 앞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선다'고 얘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겸손이 아니라 국제회의에 갈 때마다 단순히 언어 문제만이 아니라 지식의 빈곤을 너무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만족스럽진 않지만 최선을 다했고 여한이 없다고 평가합니다. 또 하나 든 생각은 우리 나라가 어떤 나라, 어떤 사회로 가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상도덕이 무너지고 잘못된 윤리가 판치는 사회라면 자칫 천민자본주의로 치달을 수도 있는데요. 이 문제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보며 자탄을 하곤 하는데요. 우리 모두의 탓이고,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정리=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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