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담합)을 감시하고 제재하는 공정거래당국이 업계의 카르텔을 승인해줬다. 아주 제한적인 카르텔 승인이긴 하지만, 22년만에 처음 있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산업 합리화와 불황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전날 개최한 전원회의에서 레미콘 업체들이 향후 2년간 공동으로 제품 품질을 관리하고 연구개발에 나서겠다는 카르텔 인가 신청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공동 품질관리와 연구개발은 경쟁제한 효과가 거의 없는 반면, 레미콘 품질개선과 산업 합리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어 허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역 레미콘 조합들은 콘크리트시험원을 중심으로 레미콘 품질에 대한 연구개발을 공동 진행한 뒤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카르텔 인가제도는 산업 합리화 등의 목적에 부합하고 원가 절감 등 일정한 요을 충족하는 경우 공정위가 제한적으로 카르텔을 허용하는 제도. 카르텔이 인가된 것은 1988년 밸브제조업체들이 5년간 생산 품목과 규? 제한에 대해 공동행위를 허용받은 뒤 22년 만에 처음이다.
단, 공정위는 ▦원재료 공동구매 ▦공동 수주 ▦물량 공동 배정 ▦공동 차량ㆍ운송 관리 등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원재료 공동구매 등을 허용하면 경쟁제한성이 긍정적 효과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미콘 업체들은 공정위의 결정이 사실상 카르텔 신청을 기각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 연구개발과 품질관리는 공정위 인가를 받지 않아도 업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도 카르텔을 일부 허용해준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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