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의 휘발성 때문일까. 충청향우회에 동석한 충청 출신 국무총리와 야당 총재는 세종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국회의원과 강원 주민을 상대로 각각 세종시 수정안과 원안의 당위성을 설파하는데 전력투구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21일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 정운찬 총리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정종택 충청향우회 총재를 사이에 두고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1시간 10분 가량 진행된 행사 도중 두 사람은 애써 외면하진 않았다. 정 총리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총재는 바른 길로만 가셔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했다. 이 총재에게도 "제가 총재님을 좋아한다"고 말을 걸기도 했다. 이 총재는 과거 총리 시절 경험담을 언급하며 총리실 근황을 묻기도 했다. 정 총리가 취임 축하패를 받을 땐 박수도 쳤다.
축사에서도 세종시는 언급되지 않았다. 정 총리가 먼저 "경술국치 100년인 올해 지난날을 교훈 삼아 새로운 100년의 기적을 창출하자. 이 자리가 100년 앞을 내다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다만 정 총리가 평소 "세종시 수정은 100년 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라고 강조한 점을 감안한다면 우회적으로 세종시를 언급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었다.
이어 축사에 나선 이 총재는 "우리 충청 출신 총리께서 축사하면서 혹시 세종시의 '세종'자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한 말씀도 안 했다"며 "나도 신사협정으로 이 자리에서 세종시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좌중에서 박수와 폭소가 쏟아졌다.
한편 충청향우회는 이날 ▦세종시 문제로 향우회가 분열돼선 안 된다 ▦찬반 개인 의사표현은 자유롭고 사후행동은 자제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세종시 결의문을 채택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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