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과의 두해살이 풀인 봄까치꽃은 개명을 한 꽃입니다. 본명을 밝히는 것이 은현리에 제일 먼저 피는 봄까치꽃에겐 미안하지만, 봄까치꽃의 본명은 '개불알풀'입니다. 봄까치꽃의 열매는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져 각 칸 속에 씨가 수북이 들어있는 삭과(蒴果)인데, 그것이 개불알을 닮은 모양입니다.
개불알풀이란 이름이 친근하고 정겹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사람이 문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자연의 이름을 장난치듯 짓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것도 언어폭력입니다. 애기똥풀, 방가지똥풀, 며느리배꼽풀, 며느리밑씻개풀, 미치광이풀, 노루오줌풀…. 그런 이름들의 풀꽃 앞에 서면 부끄럽습니다. 꽃은 스스로 피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그 꽃이 이름 때문에 사람의 장난거리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꽃 피우는 것이 참 고마운 일인데 꽃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우리아이들이 별명 같은 꽃 이름들 탓에 사람과 함께 사는 꽃과 자연을 마구잡이로 대할까 걱정이 됩니다. 이름이 예쁘면 꽃도 예쁘게 보입니다. 봄까치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입니다. 저는 추운 겨울을 이기고 피는 봄까치꽃을 볼 때마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의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가 떠오릅니다. 봄까치꽃에게 다시 하나의 꽃말을 선물합니다. '이기고 돌아오라!' 이 꽃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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