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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출구 전략 , 큰 틀에서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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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출구 전략 , 큰 틀에서 접근을

입력
2010.01.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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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행정부 경제수장이 학계 및 경제단체 토론회에서 두 가지 발언을 했다. 하나는 현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경기회복 기운을 막을 우려가 있다는 취지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 창출을 위해 규제를 푼다는 것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과 달리 경기 전망을 자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실업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실업문제 가장 큰 고민거리

정부가 출구전략에 부정적 태도이고 복안도 잘 드러나지 않는 반면, 사회와 시장의 관심은 부쩍 높아지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공급된 과잉 유동성이 초래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이나 또 다른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 재정적자 확대 문제가 근거이다.

격렬했던 금융위기의 파열음이 잦아들자 적극적 금융완화 정책과 세계적 정책 공조가 되돌림 과정에 들어서는 것이 당연시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각국의 사정은 천차만별이어서 호주나 중국 같이 회복세를 보이는 국가도 있고 그리스나 아이슬란드처럼 상황이 악화하는 국가도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은 어정쩡한 모습이다. 따라서 출구전략은 국제공조 속에 이루어 졌던 금융완화 정책과는 달리 각국 사정에 따라 결정해야 할 여지가 훨씬 커 보인다. 이미 중국 등 몇몇 국가는 필요한 조치를 부분적이지만 공개적으로 시행했다.

보통 출구전략 하면 금리인상을 통한 시중 유동성 축소에 관심이 집중된다. 외환시장 안정조치나 임시 자금공급 등 비상조치들은 만기 도래 시에 자동 해제되고 있고 재정적자 축소는 좀 더 뒤의 문제인 만큼, 결국 의미 있는 본격적 출구전략은 금리인상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정책당국의 고민이 무엇인지 분명해 보인다. 경제회복을 인정하자니 금리를 정상화해야겠고, 그러자니 그 동안 덮어둔 부실기업 문제와 위기 탓으로 변명한 실업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정부가 실업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400만 명을 넘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공식 실업률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한다면 과잉 유동성이 일으킬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시장은 이미 후자에 반응하고 있다.

이런 정책 딜레마는 출구전략을 좀 더 큰 틀에서 접근할 때 실마리가 잡힐 수 있다. 시중자금을 흡수하기 위한 금리인상 정도가 아니라 우리 경제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보다 더 크고 본질적 문제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출구전략의 의미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비정상이 된 경제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자는 것이라면, 금융위기를 반복하지 않을 대책이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종한 미국식 기업 자유화, 금융화 정책에 대한 반성과 정책적 대응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유동성 축소가 가져올 충격이 완화될 것이고 국민이 받아들이기도 한결 용이할 것이다.

규제 철폐는 낡은 고용정책

세계 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한국경제는 여전히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구조적 혹은 제도적 취약성을 갖고 있으며, 외환위기 이후 뚜렷해진 '고용없는 성장'의 특징도 한층 강화된 사실이 분명해 졌다. 따라서 지난 날 거듭해 온 고용 정책, 즉 규제를 철폐해서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고용을 확보하자는 주장은 이미 낡아 버린 정책이기 쉽다. 혹독한 금융위기를 겪은 후에도 이미 쓸모 없는 것으로 드러난 정책을 반복하려는 한, 정책 당국이 딜레마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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