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땅 아이티에 파견된 한국 119국제구조대 41명의 활약상이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와 부패한 시체에서 나오는 악취, 약탈이 횡행하는 아비규환 속에서 대원들은 나흘간 3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를 구하지는 못했다. 체류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아 생존자 구조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조대를 이런 상황에 몰아넣은 것은 바로 정부의 초기 판단 미스다. 화급을 다투는 재난에 뒤늦게 구조대를 파견하다 보니 뒷수습만 하게 한 꼴이다.
상황은 이렇다.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한 시각은 13일 오전 6시 53분(한국 시각). 구조대를 운영하는 소방방재청은 이날 오전 본능적으로 파견 준비를 하며 외교통상부에 파견 요청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아이티가) 거리가 멀어 이번엔 구호금(100만달러)만 전달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구조대는 긴급 해외 파견을 위한 별도 예산이 없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재원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외교부의 협조가 없으면 파견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음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국무총리실이 14일에야 부랴부랴 관련 부처 회의를 열고 구조대 파견을 결정했다. 결국 구조대는 지진이 발생한 지 이틀 만인 15일에야 출발했고, 지진 발생 5일이 흐른 18일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한국 구조대에 앞서 도착한 22개국 28개 구조대들이 잇달아 생존자를 구해 외신에 대서특필된 뒤였다. 한국 대원들이 나섰을 때는 이미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재난 시 구조대 파견은 신속이 생명이다. 대원들의 노고가 빛이 바래지 않기 위해서도 복잡한 구조대 해외 파견 절차를 이 참에 전면 개편해야 한다.
송영웅 정책사회부 차장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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