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꾼다고 당장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데 왜 하는 거죠? 결국 은행들만 좋은 거 아닌 가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새 기준 금리로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를 도입을 하겠다고 발표한 후 나온 은행 고객들의 반응이다. 도대체 새 기준금리가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은행을 위해 만든 것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 기준금리가 고객보다는 은행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를 산출하는 방식을 따져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COFIX는 은행들의 조달자금을 가중평균해 산정하는데 예를 들어 자금의 절반씩을 5%의 예금과 4%의 CD로 끌어들였다면 4.5%가 되는 식이다. 만약 예금금리가 6%로 올라가면 기준금리도 5%로 올라간다. 결국 은행의 조달비용이 늘어나도, 그 증가분만큼 대출이자에 반영돼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고객들이 누리는 혜택은 금리반영 주기가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나 금리상승기에 3개월 변동의 CD보다 유리하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없다. 게다가 대출금리 수준도 CD연동형에 비해 오히려 높을 것으로 보여 고객들이 기대했던 금리인하 혜택도 사실상 없다. 결국 고객이 아니라 은행들을 위해 새 기준 금리를 도입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만 하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은행들이 한쪽에서는 고금리 예금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새 기준금리 대출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어 이 같은'의심'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높여도, 그만큼 대출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 반대로 대출 고객의 경우 이자부담만 커지게 된다.
결국 새 금리 제도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를 운용하는 은행들의 역할이 그 만큼 중요하다. 고금리 예금 유치경쟁으로 금리상승을 부추기기보다는, 시장에서 자금을 싸게 빌려오는 방법을 연구해 고객의 이자부담을 덜어 주는 쪽으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객들의 외면으로 COFIX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퇴출될 운명에 처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를 쓰고, 안 쓰고는 고객들이 최종 판단해 선택할 문제이니까.
손재언 경제부 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