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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너무 띄운 '공중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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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너무 띄운 '공중부양'

입력
2010.01.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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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수첩에 소개된 민주노동당 대표 강기갑(57) 의원의 이력은 단출하다. 국회 경력(17대 비례대표, 18대 경남사천)을 빼면 농민운동 관련이 거의 전부다. 1971년 사천농고 졸업과 함께 젖소, 과수농사를 시작한 그가 농민운동가의 길로 들어선 데는 가톨릭이 매개가 됐다. 수녀인 누나의 영향으로 가톨릭 신자가 됐고, 1976년 가톨릭농민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농민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강기갑 대표의 농민시위식 행동

한때 사천 출신 신부의 영성적 감응을 받아 수도원에서 수도자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6년 만에 수도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더욱 치열하게 농민운동에 투신했다. 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회장,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부의장 등을 맡아 쌀 수입개방 저지투쟁에 앞장선 그는 전농이 정치세력화를 결정함에 따라 민노당에 입당했다. 2004년 17대총선을 앞두고서였는데, 때마침 민노당 열풍이 부는 바람에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됐다. 농민운동가에서 일약 국회의원으로의 변신이었다. 농민 편에 선 의정활동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18대 총선에서는 사천에서 한나라당의 실력자 이방호 후보를 178표 차로 꺾어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재선 임기의 중반에 가까운 지금도 그는 농민운동가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긴 수염에 한복 저고리와 고무신 차림은 애교로 볼 수 있지만 국회의원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행동이 잦은 게 문제다.

2009년 1월 그의 의사당 내 공중부양 사건이 국민적 지탄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의사당 로텐더 홀에서 진행하던 당 비상 최고위원회의를 국회 경위들이 강제로 해산시키자 흥분했다고는 하나 국회 사무총장실 탁자 위에서 펄쩍펄쩍 뛴 것은 정당한 항의라기보다는 행패로 비쳤다. 국민들이 농민시위대의 거친 행동은 한 자락 접어주지만 국회의원이자 어엿한 정당 대표의 난폭한 행동까지 너그럽게 봐주지는 않는다.

그런 강 의원의 공중부양사건 1심재판에서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국민적 지탄과 충격이 컸던 사건인 만큼 판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그러나 대뜸 담당 판사의 성향을 문제 삼아 이념 갈등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지나치다. 사건의 파장과 성격에 따라 사회의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판은 한 발 비켜서 차분하게 법리에 따라 시비를 가려야 정상이다.

담당 판사는 국회 질서유지권 발동과 공무집행방해죄의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국회 사무총장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와 공용물건 손상, 국회경위 폭행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한 만큼 섣부르게 판결 결과를 논란하기보다는 상급심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옳은 자세가 아닐까 한다. 법리에 따라 결론을 이끈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찬반을 앞세우는 것은 성급하다.

다만 공중부양사건을 초래한 구조와 원인을 외면한 채 폭력사태 자체만 너무 부각한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중부양사건이 정치적 갈등과 이해 속에서 너무 지나치게 '공중부양'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폭력사태가 빈발하는 것은 국회 운영의 절차적 규칙과 관행이 확립되지 않은 탓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는 물론 민주화 이후 여야 정권교체가 거듭돼도 그런 규칙과 관행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입법부에 드리워진 제왕적 대통령제의 그림자가 문제다. 과도한 대통령 권력은 의회정치를 약화시키고 대화 타협의 여지를 좁힌다. 공중부양 폭력사태도 근원을 찾아보면 청와대가 밀어붙인 MB법안 처리로 이어진다. 대통령 권력집중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국회폭력 부르는 구조도 바꿔야

정치권과 국회 스스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발전시키지 못하면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과 폭력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때마다 사법 잣대를 들이대면 입법부 위상 추락과 의정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강 의원의 공중부양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판결은 폭력사태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국회 스스로 폭력 문제를 해결하라는 부끄러운 충고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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