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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강진/ 미군, 삼엄한 경비 속 구호식량 첫 지상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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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강진/ 미군, 삼엄한 경비 속 구호식량 첫 지상 배급

입력
2010.01.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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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한 폭동 없었지만 굶주린 민심 불안은 확산

20일 강력한 여진이 발생하기 앞서 19일 오후(현지시간) 아이티 한국 국제구조대의 숙영지에 함께 캠프를 차린 미 82 공수사단 소속 육군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숙영지 인근에서 처음으로 구호식량 지상배급을 실시했다. 18일 헬기로 공중투하를 했지만 이날 지상에서 첫 배급이 이뤄져 의미가 컸다. 혼란과 폭동 우려 때문에 실제 배급이 집행되지 않아 아이티인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다. 이외에도 시내 '쏘나피' 공단을 포함한 서너 곳에서 배급이 실시됐다. 폭동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진 발생으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19일엔 지진 발생 8일째가 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조짐도 보였다. 저녁이면 암흑천지가 됐던 시내에 부분적으로 가로등이 들어왔다. 굳게 문을 닫았던 상점에서도 하나 둘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약탈 우려는 많이 가셨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배급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일부 지역 등 치안이 유지되고 있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먹을 것 없이 일주일 이상 버틴 다른 지역의 민심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상키 어렵다. 민간 지원단체가 구호물품을 전달하러 갔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냥 돌아왔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날 숙영지 육군은 각각 4,000개씩의 하루치 식량과 생수를 배급했다. 윌리엄 바버 중위는 "주민들의 허기 상태를 감안, 칼로리를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빈 속에 열량이 높은 음식이 들어가면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호품 운송은 오후 2시께 삼엄한 경비 속에 이뤄졌고 배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처음 30여명에 불과했던 주민들이 순식간에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비상식량 한개와 물 한통을 얻기 위해 무려 두시간 이상을 뛰어 온 사람들도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선물을 받은 양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즈느아 마나스라는 이름의 21세 청년은 기자에게 식량이 아니라 일자리를 달라고 했다. 그는 쪽지를 꺼내 "제발 미군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쪽지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등과 함께 'For the work, Help me please(일자리를 찾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배급 현장에서는 받은 구호품을 숨겨놓고 또 받으려다 제지당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앞 자리를 다투다 시비가 붙는 경우도 많았다. 여자 아이들은 남자들에게 구호품을 뺏겼다며 엉엉 울었다.

예정됐던 2시간을 넘겨 날이 어둑해지자 미군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앤드루 샐모(사진) 대위는 "배급은 끝까지 한다"며 "병력이 충분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배급품이 동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안됐지만 우리가 아이티 국민 전부에게 배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배급은 4시간여만에 끝났다. 아이티인들이 폭동을 우려할 만큼 경계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킨 의미있는 '작전'이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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