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흐르게 마련이다. 건조한 계절에 심해지는 안구건조증과 반대로 '눈물흘림증'은 찬바람 부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누네안과병원이 최근 3년간 눈물흘림증상으로 병원을 처음 찾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월까지의 환자가 54%로 연간 전체 환자의 절반을 넘었다.
눈물흘림증은 눈물길이 좁아지거나 막혀 지속적으로 눈물이 흐르는 병이다. 우리 눈을 덮고 보호하는 눈물층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려면 눈물 분비와 배출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눈물샘에서 분비된 눈물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길을 통해 빠져나간다. 하지만 눈의 눈물을 콧속으로 내려 보내는 통로인 눈물길이 좁거나 막혀 있으면 눈물이 눈꺼풀 밖으로 흘러 넘치게 된다.
특히 춥고 건조하며 바람이 센 겨울 날씨는 눈을 자극해 평소보다 많은 눈물이 나오게 만든다. 문제는 많아진 눈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때다.
나이가 들수록 눈물길은 서서히 좁아진다. 누네안과병원을 찾은 눈물흘림증 환자 중 40대 이상이 88%나 됐다. 또한 눈ㆍ코 주변의 염증이나 종양이 눈물길을 막거나, 강한 외부충격으로 눈물길이 손상되기도 한다.
눈물길에 이상이 생기면 눈물이 잘 빠지지 않아 항상 눈가가 젖게 된다. 이 때문에 우울한 인상으로 비쳐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눈 화장이 번지거나 지워지기도 한다. 나아가 눈에 항상 눈물이 고여 시야가 뿌옇고 눈가에 고인 과다한 눈물로 눈 주위가 헐고 짓무르며 충혈, 눈곱,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문상호 누네안과병원 원장은 "눈물흘림증이 심해지면 합병증으로 눈가 피부염, 코언저리까지 빨갛게 붓는 누낭염(눈물주머니염)과 같은 염증 질환이 생긴다"며 "누낭염 제거 수술은 얼굴에 흉터를 남길 수 있어 눈물흘림증이 합병증을 유발하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눈물길이 막혔는지 좁아졌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눈물관 세척검사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이 검사는 눈물길 입구에 생리식염수를 주사해 물이 내려가는 정도를 보는 것이다. 물이 코 뒤나 목 뒤로 내려가는 것이 느껴지지 않으면 눈물길이 막힌 것이다. 눈물관 세척검사 후 정확한 진단을 통해 눈물길 폐쇄 유무는 물론 좁아져 있지 않은지도 살피게 된다.
눈물길이 완전히 막힌 '눈물길폐쇄증'은 외부 자극이나 감정, 계절과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흐르는 특징을 보인다. 이럴 때에는 레이저 눈물길 수술인 '레이저 누낭비강 연결술을 해야 한다. 이는 눈물길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뼈에 레이저로 작은 구멍을 내 새로운 눈물길을 만들어 주는 치료법이다.
눈물길이 좁아지면 눈물이 잘 빠지지 않는데 이를 '기능적 눈물길 폐쇄증'이라고 한다. 주로 찬바람, 연기 등 외부자극이 있을 때 많아진 눈물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해 흐르게 된다. 이 때에는 실리콘관을 눈물길에 2~3개월간 임시로 삽입해 좁아진 눈물길을 넓혀주는 '실리콘관 삽입술'을 시행한다. 이 수술은 국소마취 후 5분 정도 만에 수술이 끝나 나이가 많거나 만성질환으로 전신 마취가 어려운 환자도 쉽게 할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