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 청교도 문학을 대표하는 존 번연의 종교적 우의소설 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기독교 서적으로 꼽힌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 '하늘의 성'으로 가면서 고난과 좌절을 이겨내는 구원의 여정이 줄거리다. 이 책은 1895년 미국인 선교사 게일에 의해 <텬로력뎡(天路歷程)> 이라는 제목의 한글본으로 번역돼 구한말 복음 전파에 크게 기여했다. 텬로력뎡(天路歷程)>
<텬로력뎡> 에는 조선의 마지막 풍속화가로 일컬어지는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삽화 42점이 실려 있다. 이는 현존하는 한국 기독교 미술의 시원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조선 후기 회화사에서도 큰 중요성을 지닌다. 이 그림들만 따로 모아 목판으로 인쇄한 <텬로력뎡 삽도> 도 발간됐는데,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이 소장 중이던 이 책을 영인 해제본으로 새로 발간했다. 텬로력뎡> 텬로력뎡>
출생과 사망 시기가 알려지지 않은 김준근은 188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원산, 부산, 인천 등 개항지에서 외국인에게 조선의 생활문화를 담은 그림을 그려 판매한 풍속화가. 그가 <텬로력뎡> 의 삽화를 그린 것은 1894년께 원산에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준근의 그림에서는 19세기 영국 화가 셀루스 등의 작품을 모방한 흔적이 뚜렷이 나타나는데, 이는 구한말 서양의 화법이 전통 회화에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텬로력뎡>
<텬로력뎡 삽도> 에는 조선의 갑옷을 입은 주인공 크리스천과 사찰벽화의 비천상을 연상케 하는 천사가 등장한다. 예수도 도포에 갓끈을 맨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최병현 한국기독교박물관 관장은 " <텬로력뎡 삽도> 의 표현 방식은 한국의 고유 문화에 바탕을 두고 외래 종교인 기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했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텬로력뎡> 텬로력뎡>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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