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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기독교박물관 '텬로력뎡 삽도' 발간/ 도포 입고 갓끈 맨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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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기독교박물관 '텬로력뎡 삽도' 발간/ 도포 입고 갓끈 맨 예수…

입력
2010.01.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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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 청교도 문학을 대표하는 존 번연의 종교적 우의소설 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기독교 서적으로 꼽힌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 '하늘의 성'으로 가면서 고난과 좌절을 이겨내는 구원의 여정이 줄거리다. 이 책은 1895년 미국인 선교사 게일에 의해 <텬로력뎡(天路歷程)> 이라는 제목의 한글본으로 번역돼 구한말 복음 전파에 크게 기여했다.

<텬로력뎡> 에는 조선의 마지막 풍속화가로 일컬어지는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삽화 42점이 실려 있다. 이는 현존하는 한국 기독교 미술의 시원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조선 후기 회화사에서도 큰 중요성을 지닌다. 이 그림들만 따로 모아 목판으로 인쇄한 <텬로력뎡 삽도> 도 발간됐는데,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이 소장 중이던 이 책을 영인 해제본으로 새로 발간했다.

출생과 사망 시기가 알려지지 않은 김준근은 188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원산, 부산, 인천 등 개항지에서 외국인에게 조선의 생활문화를 담은 그림을 그려 판매한 풍속화가. 그가 <텬로력뎡> 의 삽화를 그린 것은 1894년께 원산에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준근의 그림에서는 19세기 영국 화가 셀루스 등의 작품을 모방한 흔적이 뚜렷이 나타나는데, 이는 구한말 서양의 화법이 전통 회화에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텬로력뎡 삽도> 에는 조선의 갑옷을 입은 주인공 크리스천과 사찰벽화의 비천상을 연상케 하는 천사가 등장한다. 예수도 도포에 갓끈을 맨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최병현 한국기독교박물관 관장은 " <텬로력뎡 삽도> 의 표현 방식은 한국의 고유 문화에 바탕을 두고 외래 종교인 기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했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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