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으면 왠지 든든해 보이는 '중원의 지휘관'이 있다. 바로 한국축구의 허리진을 책임질 유망주 구자철(21ㆍ제주)이다. 젊은 나이답지 않게 노련한 경기운영과 부드러운 볼터치로 팬들을 사로잡은 구자철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대형사고'를 칠 재목으로 평가 받고 있다.
'홍명보호의 황태자'에서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거듭나고 있는 구자철은 특유의 환한 미소로 남다른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어린 왕자' 구자철을 20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만나 남아공월드컵에 대한 각오와 소망을 들어봤다.
▲블랙번 찍고 남아공 도전
지난해 '홍명보호의 캡틴'으로 주목 받은 구자철은 올해도 어김 없이 팬들의 기대치를 높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블랙번 로버스로부터 입단 테스트를 제안 받은 것. 그의 'EPL 꿈'은 폭설이 내린 블랙번의 현지 사정 탓에 대표팀의 평가전 2차례에서 결판나게 됐다. 스페인에 머물고 있는 블랙번의 스카우트는 지난 18일 핀란드전뿐 아니라 22일 라트비아전을 통해 구자철의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그는 "기회가 왔을 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만약 구자철이 블랙번의 입단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최연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를 통틀어서는 8번째. '만약 블랙번 입단 성사가 이뤄진다면…'이라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하는 모습을 팬들이 보게 될 것"이라며 말을 마쳤다. 그는 또 'EPL 무대의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얻은 경험을 남아공월드컵에서 쏟아낼 것'이라는 각오를 덧붙였다.
▲루니 혹은 램파드처럼
미드필더 구자철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노련한 경기 운영 속에 피 끓는 젊은 패기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축구스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랭크 램파드(첼시)의 절묘한 조화가 이뤄진 이상향을 꿈꾸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내가 본받고 싶어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램파드다. 하지만 공이 있는 5~10m 이내에서는 루니처럼 저돌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어린 왕자'지만 경기장에서는 루니처럼 '야수'의 모습을 보인다. 공을 빼앗기면 악착 같이 달려들어 공을 되찾으려는 플레이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는 "나의 장점은 간결한 볼터치와 문전을 향한 저돌적이지만 부드러운 돌파라고 생각한다. 허정무 감독님도 내가 이런 장점을 계속해서 발휘하는 경기력을 펼치라고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미드필더로서 호쾌한 중거리슛 능력도 갖춘 그가 '한국의 램파드'로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았다.
▲'멘토' 홍명보 감독에게 얻은 강심장 되는 법
남아공과 스페인 전지훈련을 통해 A대표팀에서의 경쟁력을 테스트 받고 있는 구자철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주전경쟁을 피할 수 없다. 지난 10일 끝난 잠비아와 평가전에서 A매치 3경기 만에 데뷔골을 신고한 구자철은 '강심장'을 바탕으로 선배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중앙 미드필더인 그는 기성용(서울), 김정우(광주), 조원희(수원), 김남일(톰 톰스크)과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여야 한다.
혹독한 경쟁에서 '강심장'이 되는 법은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에게 전수 받았다. 그는 "청소년대표팀 시절 홍 감독님이 항상 자주하는 말이 있었다. '경쟁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당연한 운명으로 받아 들이고 즐겨라'라는 것이었다"며 "프로의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은 피할 수 없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정면돌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2010년 한국축구의 새별을 꿈꾸고 있는 그의 눈길은 이미 남아공을 향하고 있었다.
마르베야(스페인)=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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