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MBC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즉각 항소키로 했으나, 무리한 '정치적 기소'논란이 일고 있다. 또 심화하고 있는 법원과 검찰간 갈등 국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20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과장ㆍ왜곡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외교통상부 단장(전 한미FTA 쇠고기협상 수석대표)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PD 등 5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PD수첩이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 소'로, 아레사 빈슨을 인간광우병(vCJD) 의심환자로 표현한 부분 등은 전후 사정을 감안할 때 허위보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확률이 94%이며, 정부의 협상이 부실했다는 비판 등 다른 핵심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모두 허위보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도 내용이 일부 세부항목에서 다소 과장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허위로 보기 어렵다"며 "보도 내용이 허위임을 전제로 해 적용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 판결에 대해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례적으로 대검 간부회의까지 소집해 서울중앙지검에"상급심에 항소하는 등 철저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김 총장은 "사법부의 판단에 불안해 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나라를 흔든 큰 사태의 계기가 된 이번 사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와 안타깝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도 지난해 6월 서울고법 민사13부가 PD수첩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사건에서 PD수첩의 3가지 허위보도 사실을 인정한 점 등을 제시하며, 이번 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국회 폭력 행위에 대한 무죄 판결,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를 둘러싼 위법 논란으로 격화하고 있는 법-검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PD수첩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이 내려진 직후인 2008년 4월29일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으로 정부 결정의 문제점과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을 방송했고, 이후 촛불시위가 석 달 넘게 지속되는 등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의뢰로 PD수첩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주임검사였던 임수빈 형사2부장이 도중에 돌연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어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검찰은 이후 사건을 형사6부로 재배당한 뒤 수사를 재개, 출석요구를 거부한 조 PD 등을 체포해 조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들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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