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침(현지시간)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6.1의 강력한 여진으로 주민들은 한 주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울부짖었다. 지진 발생 8일째였던 전날 어렵사리 식량과 물 등 구호물품의 지상배급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가지게 된 희망이 다시 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진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56km떨어진 곳에서 일어났지만 포르토프랭스의 한국 국제구조대 숙영지에서도 땅과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여서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른 아침에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일어난 아이티인들은 2차 매몰을 우려해 거리로 뛰쳐나왔고 거리엔 비명과 절규 소리가 가득했다. 여진이 어느 정도 진정된 뒤에도 시민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에 천막을 치고 대기하는 등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이번 여진은 12일 지진 이후 발생한 여진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현지 외신들은 "진동은 첫 번째 지진보다 약했지만 '우르르' 소리와 함께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는 훨씬 더 크게 들렸다"며 "여진으로 인해 그나마 위태롭게 남아 있던 건물들이 동시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피난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주던 미군 하사 스티븐 페인은 "둥근 공 위에 놓인 합판에 서 있는 것 같은 진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이번 여진의 진동은 첫 번째 지진과 비교할 때 30분의 1 정도 수준이었다. 프랑스 지구물리학연구소(IPG)의 얀 클링어 박사는 "여진은 두 군데에 집중돼 나타나는 데 하나는 포르토프랭스 인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오늘처럼 첫번째 지진 발생지의 서쪽 지역"이라며 "여진이긴 하지만 꽤 큰 규모의 지진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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