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의 무덤'으로 입방아에 오르던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또 다시 사령탑을 교체했다.
흥국생명은 19일 "어창선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일본인 반다이라 마모루(番平守ㆍ41)코치를 감독 대행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흥국생명은 이로써 최근 1년 남짓 3명, 프로 출범 후 5년간 모두 4명의 감독을 갈아치우는 진기록을 남겼다. 흥국생명은 프로 5시즌 동안 우승 3번, 준우승 1번을 차지한 명문이지만 '감독들의 무덤'으로 도마에 오르는 구단이다. 이와 관련 배구계에서는 "흥국생명의 감독교체 악순환의 끝은 도대체 어디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흥국생명의 감독 수난사는 프로 출범 첫해부터 시작됐다. 2005~06시즌 팀이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황현주 감독(현 현대건설 감독)을 전격경질, 당시 호남정유(현 GS칼텍스)김철용(현 페루 국가대표팀) 감독을 영입했다. 그러나 김 감독을 불과 4개월 만에 종교갈등의 책임을 물어 경질한 뒤 2006~07 시즌 개막을 앞두고 황현주 감독을 다시 불러들였다. 황 감독의 지휘아래 흥국생명은 이후 우승과 준우승을 한 차례씩 차지했다.
하지만 2008~09 시즌 1위를 기록 중이던 황감독을 또 다시 '선수 관리 소홀'을 이유로 2008년 12월 해임했다. 2009년 3월에는 이승현 감독을 향해 해고칼날을 겨눴고 바통을 이어받은 어창선 감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를 달리던 흥국생명의 임시 사령탑에 올라 팀에 3번째 우승을 안겼다. 지난해 4월 정식 감독에 임명된 어 감독은 그러나 1년도 안돼 짐을 싸야 했다.
이에 대해 김현도 흥국생명 사무국장은 "어 감독이 한 달 전부터 성적에 부담을 느끼고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구계 안팎에서는 김연경이 일본리그로 빠진 상황에서 흥국생명의 성적 부진이 예고됐다며 이를 참지 못하는 구단의 조급함이 또 다시 감독 해임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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