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KBS라디오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서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분위기 조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도 친박계와 친이계 간 날 선 공방은 한층 거칠게 이어졌다. 보기 딱하고 민망한 집권여당의 현주소다.
친이 주류측은 세종시 당론 조정을 위한 대화와 토론을 강조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논의구조를 외면하고 장외에서 소신만 외치는 것은 전 대표로서나 당인으로서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도 거세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홍준표 의원은 쉽게 입에 올릴 수 없는 분당과 탈당 등의 표현을 동원해 가며 '내 소신만 중요하다는 독불장군'을 압박했다. 집권여당이 세종시 문제와 같은 중대 사안을 놓고 토론과 대화의 장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하지만 방향을 다 정해놓고 대화와 협상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친박계의 반박도 사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 친박계의 이정현 의원은 "잘못하든 말든 청와대가 하면 거수기처럼 하는 게 한나라당이 제대로 가는 길이냐"고 반문했다. 청와대와 총리실 주도로 세종시 수정안이 마련되는 기간에 "세종시 원안이 당론"이라며 수수방관했던 한나라당 주류에게는 아픈 지적이다.
상대의 일방적 양보를 뜻하는 대화와 토론은 성립하기 어렵다. 청와대와 함께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친이 주류가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전제로 대화와 토론을 얘기한다면 친박계의 논의구조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박 전 대표가 계보 내부를 포함한 여권 내부의 합리적 절충안을 일축하며 원안만 고집하는 것도 정치현실에 맞지 않는다. 친이 주류의 일방적 굴복을 뜻하는 원안 회귀는 현 여권 권력구도 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의 내분 장기화는 곧 국정의 혼란과 표류를 의미한다. 국민들이 그런 부담을 달가워할 리 없다. 한나라당은 한 지붕 두 가족 틀을 깰 생각이 아니라면 이성적이고 타협이 가능한 출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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