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친서민정책의 결정판이라고 자랑한 정부 주도의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신용대출ㆍMC)사업인'미소금융'이 출범 한 달 반 만에 갖가지 민원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저소득 신용 불량계층에게 자활자금을 빌려준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창구를 찾았으나 대부분이 까다로운 대출조건에 걸려 발길을 돌려야 해서다. 의욕만 넘쳐 금융과 복지를 혼동한 허술한 정책의 결과다. 정부는 이제라도 MC사업의 본령과 한계를 잘 파악해 서민층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새로운 길'이라고 말한 미소금융은 대기업과 은행권의 기부금과 휴면예금 등으로 향후 10년간 2조원을 조성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연 4~5%의 저리로 5,000만원(평균 2,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사업이다. 방글라데시의 유누스 교수가 창시한 그라민은행을 본뜬 것이지만, 정부가 자금 조성 등을 주도했고 개별 기업과 은행이 지부 형식으로 운영 책임을 떠맡은 독특한 모델이다.
하지만 형식과 성격이 어떠하든 미소금융은 본질적으로 금융이다. 민간기금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적정 수준의 대출금 회수는 필수적이며 그만큼 대출 관리도 엄격해야 한다. 아울러 돈을 빌려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자활이 가능하도록 창업에서 정착에 이르는 경영 상담과 상환책임을 느끼게 하는 공동체의식 배양도 뒤따라야 한다. 신나는 은행과 사회연대은행 등 기존 민간MC 사업체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이유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이달 15일까지 전국 미소재단 21곳에 몰린 상담자 8,100명중 2,400명만 대출 적격자로 분류되고 실제 대출은 27명, 1억4,800만원에 그쳤다. 앞의 조건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지나치게 관료적으로 운영된 탓일 것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대출조건을 완화할 일도 아니다. 금융이라는 기본 틀을 분명히 하면서 자활의지를 갖춘 사람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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