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 이념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일부 사회단체들이 차분하고 질서 있는 논쟁을 하기 보다는 '진보' '수구' 등의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법원이나 검찰, 상대 세력 등을 비난하는데 주력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나라당은 19일 일부 진보 성향 법관들이 편향적으로 판결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사법개혁 방침을 밝혔으나 민주당은 여권이 법원 판결에 개입하면서 '사법부 수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수와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각각 법원과 검찰을 비난하는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일부 법관의 판결이 이념적으로 편향되고 독선적이 되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이 입게 된다"며 "편향적 판결에 대해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지적된 양형의 불균형, 법관의 독선과 오만, 젊은 법관의 경험 부족, 정치적 이념 편향 등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내에 사법제도개선특위를 발족,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반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사법개혁 주장에 대해 "법원이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법원마저 수구의 물을 들이고 말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으로부터 충성서약을 받겠다는 태도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도 '국회가 법원 판결에 관여할 수 있느냐'와 강 대표 무죄 판결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진보 성향 판사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와 관련 "우리법연구회가 세력화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며 조치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재판 결과를 놓고 검찰과 정부여당이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이날 무죄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곧바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성명이라고 반박했다.
변협은 성명에서 "법관 개인의 소신을 관철시킬 목적의 판결"이라며 "사법부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변은 "중립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과 법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정치적 의견 발표"라면서 변협의 성명 철회를 요구했다.
나라사랑 실천운동 등 10여개 보수단체들은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무죄 선고 판사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일부 단체는 판사의 집 앞까지 몰려가 시위를 했다. 반면 진보단체들은 "검찰 기소가 무리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판결에 대한 보수단체의 거센 반발을 비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보수세력이 법으로 정부비판세력을 견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강하게 사법부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녹용기자
이태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