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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1> 김한중 연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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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1> 김한중 연세대 총장

입력
2010.01.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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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고등교육 분야 슬로건은 크게 두 가지다.

장기적으로 학생 선발권을 100% 대학에 넘겨주는 대입 자율화와 구조조정 및 국립대의 법인 체제 전환 등이 핵심인 대학 선진화다.

주요 대학 총장들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할 말은 하는' 대학 CEO로 알려진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현 정부의 고등교육 화두이기도 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김 총장은 "입시가 단순화되지 않으면 대입 자율화는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대학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구조조정 시행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물을 봐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정부의 요구에 밀려 마지못해 추진하는 구조조정 보다는 학교 현실에 맞는 구조개혁을 통해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_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이었나요.

"올해 수시에서 344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았어요. 연세대의 입학사정관제 특징은 2단계 전형 입니다. 1단계 교과영역 평가에서 2배수를 뽑았어요. 2단계는 성적을 완전히 배제하고 서류와 면접 등으로만 평가했어요."

_1단계는 정량평가, 2단계는 정성평가를 한 걸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런 셈이지요. 주목할 부분은 2단계에서 1단계 합격자의 40%가 당락이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처럼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결과로 볼 수 있어요.

1단계에서 2배수를 뽑은 건 일종의 '안전판'이라고 생각해요. 2단계에서 입학사정관들이 주로 평가한 것은 '자기 탐색의 완성도'라고 할까요? 시키는 대로 수동적 학습을 한 학생은 자기 탐색 완성도가 낮았어요. 진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지원한 학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자기 탐색 완성도를 높이는 주요한 요소였어요. 이런 학생들이 결국 합격한 겁니다."

<김 총장은 초중고 시기의 자기탐색은 교과교육 못지 않은 무게를 지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교육은 학생들의 자기탐색을 완성하게끔 만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에 와서야 교양 과목 수강 등을 통한 자기탐색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교육 선진화'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는 일침이다.>

_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자기탐색의 완성도 유무를 쉽게 구분하기 어렵지 않나요.

"입학사정관제가 성숙돼야 하겠지요. 완성도를 높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요. 입학사정관의 자질과 역량을 보충하는 식의 추가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자기탐색이 완성된 학생이 향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은 자명해요."

_이르면 2013학년도부터 예고된 대입 완전 자율화가 가능할까요.

"(2013학년도)대입 완전 자율화는 어려울 거라고 봐요. 입시 완전 자율화는 미뤄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안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만일 2013학년도에 완전 자율화가 이뤄지더라도 지금과 비교해 큰 변화를 줄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전형 방법이 크게 바뀌려면 최소한 3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한꺼번에 전형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해요."

_새로운 입시전형이 도입되지 않거나 도입되더라도 바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얘기인가요.

"그런 셈이지요. (대입 완전 자율화가 결정되더라도)최소한 3년이 지난 2016년 정도는 돼야 변화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지금의 틀을 유지해 나가면서 대입전형을 단순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에요.

현행 대입제도는 너무 복잡합니다. 수시와 정시 등으로 나뉘고 전형 요소도 학생부 수능 논술 면접 등 지나치게 다양해요. 학생부도 교과영역, 비교과영역으로 나눠져 있어요.

이런 요소들이 조합되면 너무 복잡해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밖에 없어요. 학습은 물론 입시제도에서 어떤 것이 유리한지를 고르는 데에도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힘든 상황이 된 겁니다."

_그런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수 있나요.

"사교육을 조장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는 거지요. 학생들은 크게 부모의 지원을 받아 전문가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前者)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비단 이건 대입 제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대입전형 복잡화와 맞물려 상승작용을 하게 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입을 단순화 해야 하는 겁니다."

_그렇다면 대입시의 단순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1차적으론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금지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고교평준화라고 하지만 현실은 평준화되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평준화를 기정 사실로 고교등급제를 금지시키고, 본고사도 못보게 하는 바람에 대입시가 자연 복잡하게 된 겁니다."

_고교등급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될까요.

"고교등급제는 계급투쟁적 용어니까 쓰지 않았으면 해요. 대신 '학교특성 반영' 정도가 적당할 것 같네요. 공교육이 잘 되려면 교장과 교사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사들이 열정과 헌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면 사교육 없이도 진학성과가 좋겠지요. 당연히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현행 입시체제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어요.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돼 데이터가 쌓이면 고교 별 특성이 자연 파악돼 학생부와 서류 및 면접 만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렇게되면 굳이 본고사 없이도 입시를 단순화 시킬 수 있겠죠."

_올해 입시에선 고교 특성을 반영했나요.

"고교 특성을 반영한 전형을 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고려대가 외국어고 학생들을 많이 뽑아 문제가 되었을때도 연세대는 자유로웠습니다. 사실 부총장 시절부터 고교등급제 도입을 막았어요. 오해의 소지는 사전에 제거한다는 취지였어요."

_그런데도 고교 특성을 고려한 전형이 필요하다는 것은 왜 일까죠.

"현 평준화가 문제가 많다는 얘깁니다. 평준화 체제 이후 사립학교 마저 공립화됐어요.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이 없어졌고 학교의 학생선발권도 사라졌어요. 이게 문제가 되니까 특수목적고를 만든 겁니다.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는 정부에서 인가해 일종의 명문고를 만든 거지요. 이런 특성있는 고교를 정부가 만들어놓고도 대입에는 (고교간 특성을)반영하지 않으니 여러 문제들이 생기는 겁니다."

_내년 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율을 전체 정원의 80%로 끌어올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약화된게 한 가지 이유입니다. 또 수시모집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더 큽디다.

수능을 치러서 들어오는 정시 합격생의 경우 사실 수능성적에 따라 학교를 결정하지요. 성적에 맞춰 입학하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학교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김 총장은 "고교 1학년때부터 연세대 진학을 준비했다"며 "준비된 학생을 뽑아야 학교에 대한 '로열티'(충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_정시 비율을 더 낮출 생각인가요.

"20%에서 더 낮추게 되면 정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압력을 가할 겁니다."

_실용학문 위주로 시스템을 개혁하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특효약이 될수 있을까요.

"대학 개혁은 구조조정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결과를 보고 평가해야 지요. 추진 과정만 보고 예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구조조정을 했다는 것 자체 경쟁력과 무관할 수 있어요."

_대학 경쟁력 강화를 강도 높게 주문하는 정부가 지원도 그만큼 하고 있나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이 올라간 것은 정부 지원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된 것 맞아요. 재정적인 지원 뿐 아니라 여러 사업을 통해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대학 성과 중 연구결과가 가장 중요하고 연구결과를 위한 투자에서 정부 재정에 힘 입은 바가 큰 건 사실이지만, 연구 실적이 저조한 대학들 입장에서는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어요. 연구비 지원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이 연구 지원비도 문제가 있어요. 학교 재정 및 시설 개선에 전혀 쓸 수 없어요."

_어떤 식으로 개선이 필요한가요.

"우선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비를 교비로 대체할수 있게 해주는게 필요합니다."

_등록금 동결 압박이 거셉니다.

"등록금을 올릴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물가 상승률과 새로 추진하는 사업들을 고려하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입니다. 학생 복지를 위해 추가되는 서비스들도 적지 않아요. 3월부터 교직원과 대학원생 자녀를 위한 탁아시설을 만듭니다.

설립비용의 3분의2를 학교가 부담해요. 또 5월에는 송도캠퍼스에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완공됩니다. 기숙사 완공에 맞춰 본교와 송도간 셔틀 버스 운행이 시작될텐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요.

분명한 것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발표하기 전에 학생들과 대화를 할 겁니다. (올리더라도)학생들이 수긍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인상되지 않을까 싶어요."

정리= 박철현 기자

사진=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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